
"국제유가 V자형 급등 아니라 U자형 회복할 듯"
전문가들 "소폭 등락하다 완만한 상승"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국제 유가가 거래일 이틀 연속 오르자 시장에서는 유가 반등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일단 정유업계와 전문가들은 유가가 저점을 찍고 가파르게 오르는 'V자형'보다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U자형'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8년 하반기부터 2009년 하반기까지 1년 동안 유가는 'V자형'으로 상승했다.
2008년 7월 초 배럴당 140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미국발 금융위기 강타로 급락해 12월31일 36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고는 2009년 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8월에는 70달러대로 순식간에 올랐다.
당시 금융위기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즉각 감산에 나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 전쟁'은 여러 면에서 상황이 다르다.
2008년에는 수요의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공급의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전통 산유국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으로 원유 공급이 늘자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며 저유가 게임을 벌이고 있다.
저유가를 못 버티는 생산자부터 공급량을 줄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가 돼도 감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셰일오일·가스 시추 설비인 리그(rig) 가동대수가 전주보다 97개(7%) 감소했다는 소식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3달러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생산 전단계인 시추정이 줄었다고 해서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감소하는 건 아니다.
베네수엘라,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저유가로 어렵다면서도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지만 실제 생산량을 줄이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원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한 'V자형' 반등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저유가 상태가 길어지는 'L자형'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배럴당 50달러선이 붕괴한 지 한 달도 안 돼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서서히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지금 시장이 상당히 과민반응을 하는데 원유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라며 "유가는 어느 정도 오르락내리락 등락하며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랐던 유가가 원위치로 돌아오는 W자형이 아니라 완만한 U자형이 될 것"이라며 "유가가 회복돼도 과거처럼 배럴당 100달러선을 찍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 또한 "원유 생산증가 둔화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급등 이후 다시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지금 분위기를 타서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세력이 득세한다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에 가장 민감한 주유소 사장들은 "저점을 찍고 이제 오른다"는 의견과 "이 정도로 끝날 싸움이 아니다. 40달러 밑으로도 내려갈 수 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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