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제까지 비현실적 요구만 할 것인가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제안한 '1월 중 남북대화'가 결국 불발됐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지난해 12월29일 "올해 1월 중 남북대화를 갖자"고 북측에 공식 제안했었다. 올해 남북관계가 별로 긍정적인 출발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으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까지 언급했던 북한은 지금 5·24조치 해제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태도다. 정부는 남북대화에서 무엇이든 논의할 수는 있지만, 북한의 조건들을 선제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중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현금 100억달러 등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구했고, 자신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도 북한에 대화의 대가를 미리 지불할 용의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거액을 받아 핵무기 개발 등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전례가 되풀이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대북 전단 살포 중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가 5·24조치를 해제하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응하겠다고 제안하는 한편, 미국에는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북한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거래를 제안하면서 대화의 문턱을 높이고, 그런 제안을 상대방이 거절하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태도로는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은 또 미국을 맹비난하며 핵전쟁까지 언급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 전투기와 어뢰 등을 동원한 공군과 해군의 연합훈련을 시찰하면서 미국에 대해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면서 "우리는 미제가 원하고 그 어떤 형태의 전쟁, 작전, 전투에도 대응해줄 수 있고 상용무력에 의한 전쟁, 핵전쟁을 포함한 그 어떤 전쟁에도 대응할 만단의 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정권 붕괴'를 예언한데 대한 반발로도 해석된다. 북미관계는 당분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관계 악화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을 한국에 보내 대북 정책을 조율했다. 한미 양국은 한목소리로 한미 동맹이 강력하며 북한 문제에 대해 양국 간에는 빈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셔먼 차관은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일단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우리와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강경한 대북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남북대화가 열린다 해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응하기 전에는 남북관계에 큰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언제든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북한이 대화에 호응해오기를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으나, 북한의 경직된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은 핵전쟁 언급 등 도발 위협으로 남한이나 미국을 움직여보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조건없는 대화에 응해 남북간의 여러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접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야 핵개발과 인권유린으로 자초한 국제적인 고립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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