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伊 '동정표' 모색하며 채무상환-성장연계 방안도 제시
<그리스, 채무 기 싸움서 '전략적 후퇴'>
총리 "일방적 행동 안 해…채권단과 합의 확신"
佛·伊 '동정표' 모색하며 채무상환-성장연계 방안도 제시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 그리스 신정부가 국제 채권단과의 기 싸움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이다.
그리스의 이런 운신은 채무 협상 시한이 오는 28일(이하 현지시간)로 다가온 상황에서 나왔다.
그리스는 또 이달 안에 23억 유로(약 2조 8천600억 원)의 채무도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는 두 차례의 구제 금융을 통해 모두 3천200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31일 채무 이행에서 일방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채권단과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의 이른바 구제 '트로이카'에 채무를 상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전날 아테네를 방문한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 그룹(유로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과 회담하고 나서 공동 회견에서 트로이카 대표단을 "썩은 조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과 완연히 대조된다.
그리스 측은 트로이카가 아닌 EU 정상들과 담판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바루파키스 장관의 발언이 나오고서 발끈해 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
치프라스 총리와 바루파키스 장관은 1일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을 잇달아 방문한다.
로이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독일과는 달리 가혹한 긴축에 반대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그리스가 두 나라의 '동정표'를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 언론 회견에서 '독일도 방문하느냐'라는 질문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장차 만나길 기대한다"고만 대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1일 독일 언론 회견에서 "민간 채권단이 이미 그리스 채무를 자발적으로 탕감했으며, 은행들도 몇십 억 유로를 깎아줬다"면서 따라서 "새로운 채무 탕감은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독일 외에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 다른 채권국도 그리스에 구제 협상 이행을 거듭 촉구해왔음을 상기시켰다.
ECB도 그리스에 대해 압박과 회유를 계속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31일 영국 케임브리지 회동에서 그리스가 구제 금융 조건을 끝내 이행하지 않으면 ECB가 채권 매입 대상에서 그리스 물을 제외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국채가 '투기 등급'임을 강조했다.
ECB가 정책적으로 사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정상 유통되기 어려운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그리스 은행이 단기 유동성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ECB 산하 '긴급유동성 지원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미끼'도 동시에 던졌다.
그러면서도 이 기금을 쓰려면 ECB 25인 통화정책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ECB는 오는 4일 이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설명됐다.
그리스 신정부는 이런 전략적 후퇴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그리스는 채무와 관련해 미국 투자은행인 라자르의 조언을 받기로 계약했다.
FT는 라자르와 계약한 것은 그리스가 트로이카와 협의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자르는 2012년 그리스가 첫 구제 금융을 받을 때도 아테네 정부를 조언했다고 FT는 설명했다.
그리스는 채무 상환을 성장과 연계시키자는 제안도 내놨다.
조르지오스 스타타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최신호 회견에서 "현재 채무 상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 내외에 달한다"면서 "이를 성장률에 연계시키면 (그리스 채무 이행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등이 워낙 강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리스 신정부가 전략적으로 후퇴했다면서, 그럼에도 구조적으로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절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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