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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새벽 경기 의정부교도소를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choswat@focus.kr |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합니다. (중략)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최태원(55) 회장이 29일 자신의 외도 사실, 이혼 결심 등을 언론에 보낸 편지로 밝힌 것이다.
게다가 6살 혼외자도 존재했다.
최 회장은 “어떤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겠다”며 A4용지 세 장에 달하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아이와 아이 엄마를 위해 용기를 냈다는 그의 고백에 박수가 아닌 충격과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최태원 “이혼” vs 노소영 “가정 지킬 것”
최 회장은 부인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치부가 될 수 있는 불륜 사실, 혼외자 존재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 만난 두 사람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8년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정경유착 의혹을 불러올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 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사이가 멀어져 2009년 말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00년대 내연녀 김모(40)씨를 알게 됐고 김씨는 2010년 최 회장의 딸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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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기자 hj1925@focus.kr |
당시 유부녀였던 김씨는 최 회장을 만난 후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 10대 중반의 아들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은 최 회장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은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추악한 재벌의 면모를 보고 있다”며 최 회장에 대한 반감을 재벌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했을 정도다.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은 부인인 노 관장이 입장을 밝히면서다.
노 관장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가정을 지키겠다”면서 “필요하다면 혼외자도 키울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
게다가 30일에는 노 관장이 최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6년 전부터 알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를 묵묵히 지켜봤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노 관장이 최 회장의 혼외자 존재 여부를 알았을 6년 전은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최 회장을 상대로 형사 처벌은 물론 이혼소송을 통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노 관장은 가족을 지키겠다는 생각 하나로 이 모든 사실을 혼자 감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유책배우자 최태원, 이혼소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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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18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기태 기자 presskt@focus.kr |
사실 이들 부부의 ‘이혼설’은 새로울 게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재계를 중심으로 회자돼 왔고 일부 언론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2011년 9월부터 별거상태라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 회장 바람대로 이들 부부가 실제 이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법은 외도를 하는 등 결혼생활을 깨트린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도, 혼외자’를 인정한 최 회장이 유책배우자임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혼청구권도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 9월 대법원에서도 결혼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며 “섣부른 파탄주의로의 전환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법원은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악의적으로 혹은 오기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고 이혼을 거부할 때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받아들여왔다.
그런데 당시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 예외기준을 확대했는데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이 이 예외를 적용한 사례가 있어 이혼소송 성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역시 최 회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여론이다.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인 A씨는 “유책주의의 예외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책임 없는 배우자에게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노 관장의 경우 최 회장의 외도를 알고 난 후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혼 의사도 없기 때문에 예외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명박·박근혜 연이은 사면…‘경제 활성화’ 대신 ‘불륜’ 이룬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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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14일 새벽 경기 의정부교도소를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choswat@focus.kr |
최 회장의 첫 사면은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2003년 3월 11일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구속 7개월만인 같은 해 9월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최 회장에 대한 구속기간이 내달 21일 만료된다”며 “추가로 심리하거나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아 공탁금 1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장기전에 돌입한 재판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결과를 내놓았다.
대법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5월 최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확정했고 당시 정부는 73일만에 최 회장에 대한 광복절 특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특사 효과는 없었다. 검찰이 다시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일가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2010년 9월 자원개발업체 글로웍스를 압수수색했다. 주가조작 혐의였고 글로웍스는 이듬해 상장폐지됐다.
2011년 3월에는 SK그룹 계열사 상무 출신 김준홍(49)씨가 대표로 있던 컨설팅업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씨 금고에 있던 175억원짜리 수표, 최태원 회장 형제의 옵션투자금 흐름표 등이 발견됐다.
해당 수표는 결국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52) SK그룹 부회장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검찰은 박성훈(49) 글로웍스 대표와 김준홍 대표를 구속하고 SK그룹과 최 회장 형제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였다.
2011년 11월 8일 SK그룹 지주회사와 주요 계열사 10여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이듬해 1월 5일 횡령 혐의로 최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2008년 SK텔레콤, SK S&C 등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출자금 선지급금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 636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은 1년 동안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13년 1월 31일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최 회장은 같은 해 9월 27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뒤 2014년 2월 27일 대법원이 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도 최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역시 광복절이었다.
최 회장은 4년 중 2년 7개월의 형을 살고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다시 사면됐다.
최 회장에 대한 두 번의 특사에서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경제활성화’였다.
그러나 사면 4개월만에 6년 동안 이어온 불륜 사실을 공개하면서 재벌총수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느끼지 못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같은 사람에게 두 정권이 두 번의 사면을 해준 것은 그가 기업인으로서 국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라는 의미”라며 “그런데 경제활성화는 커녕 부적절한 처신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사면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고 말했다.
또 “6년이나 이어온 관계를 간통죄가 폐지된 후에야, 그것도 사면을 받고 난 후 이제야 고백하는 것도 역시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마치 불륜의 책임이 노 관장에게 있고 자신의 불륜을 로맨스로 정당화하려는 뻔뻔함이 경악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 최태원, 내연녀 집 마련에 회사돈 횡령 의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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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시설물을 둘러보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15.08.18 김기태 기자 presskt@focus.kr |
이들 부동산이 유독 내연녀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2007년 7월 27일 SK건설 소유였던 아파트를 2008년 1월 17일 내연녀 김씨가 15억55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0년 4월 23일 '버가야인터내셔널유한회사'가 24억원에 김씨로부터 해당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경영자문회사로 SK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SK루브리컨즈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투자한 해외법인이다.
최 회장이 수감 중이던 2013년 구입한 한남동 빌라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SK텔레콤 등에서 4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은 후 시세 100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매각한 바 있다.
이후 노소영 관장과 가족들은 성북동 자택에 거주해 왔고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고급 빌라 한 채를 45억여원에 매입했다.
최 회장이 매입한 빌라의 전 소유주는 신문재 디자이너이미지 대표였다. 신 대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동생으로 최 회장과는 신일고 동문이기도 하다.
한남동 빌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2010년 5월 7일 씨제이건설주식회사 소유 빌라를 2010년 5월 28일 신 대표가 45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최 회장은 2013년 10월 16일 해당 빌라를 같은 금액인 45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의혹이 증폭되자 SK그룹은 즉각 반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반포동 아파트와 관련해 “당시 해당 아파트는 미분양 상태였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김씨가) SK건설을 도와준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가 끝나고 2010년에는 부동산시장이 활황세를 타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 당시에는 시세대로 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버가야 측이 한국 숙소로 쓰려고 제값을 주고 아파트를 샀고 내연녀 김씨 또한 재력가의 딸”이라고 해명했다.
한남동 빌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SK그룹 측은 “SK텔레콤이 임대해 해외손님 숙소 등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임대기간이 끝나고 최 회장 고교 동창생이 최 회장한테 구매를 부탁해 사게 된 것”이라며 “최 회장은 당초 그곳에 살 생각이었는데 언론에 알려지면서 파파라치 등이 자주 나타나자 그냥 빈집으로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가끔 업무용 등으로 쓰고 있고 내연녀 김씨는 이 빌라가 아닌 한남동 다른 곳에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이 빌라가 그 아파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최 회장이 사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 또 다시 위기 맞은 SK그룹…“최악의 경우 검찰수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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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3년만에 참석하는 신년교례회를 내년 1월 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SK텔레콤 본사. 2015.08.17 정선식 기자 ss2chung@focus.kr |
SK그룹 내부에서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초대형 악재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과 2013년 1월에 구속돼 각각 7개월, 2년 7개월 등 수감생활을 했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SK그룹도 역시 최 회장 부재로 인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 회장이 사면 후 곧장 업무에 복귀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그동안 최 회장이 받아온 비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리스크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경영에 대한 부분으로 처벌을 받는 것도 비판을 받을 일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도덕성 문제가 결부되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면서 “최 회장의 불륜이 SK그룹은 물론 재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불륜이 SK텔레콤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최 회장의 개인사로 그룹 경영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 반(反)재벌 정서로 이어져 불똥이 튈까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무선통신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기업의 독점적 횡포와 경제력 집중이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SK그룹이 성장하는데 더해진 정권 차원의 각종 특혜 등이 이번 스캔들로 재조명되는 건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즉 반재벌 정서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수합병 승인심사를 맡은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의 산업적 효과보다는 반독점적 측면과 방송의 공익성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해 최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소식통은 “최 회장이 회사돈을 이용해 내연녀에게 집을 사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룹 측의 해명이 있긴 했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혐의점을 포착하고 수사하지 않을 경우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1988년 결혼해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 윤정(26)씨는 어머니와 함께 아트센터에서 근무하고 차녀 민정(24)씨는 자원입대해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장남인 인근(20)씨는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와 미국 하와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 재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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