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사유 미비' 34건 각하…"재판 단순 불복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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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31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각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총 48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총 256건 가운데 누적 74건이 각하된 것이다. 헌재 지정재판부는 지난 24일에도 총 26건을 각하했다.
현재까지 사전심사를 통과해 재판관 전원이 사안을 들여다보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없다.
헌재는 사건이 접수되면 지정재판부에서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하고 청구가 부적법하면 본안 심리 없이 각하하는데, 아직 단 한 건도 이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첫 지정부 판단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청구 사유' 요건을 채우지 못해 각하된 사건이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청구 기간 도과' 11건, '기타 부적법' 7건, '보충성 흠결' 1건 순이었다.
각하 사유가 중복된 경우도 5건 있었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1호로 접수된 사건도 청구 기간 도과·청구 사유 미비로 각하됐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약 11년간 한국에 체류하다 강제 추방된 시리아 국적 모하메드(42)씨가 강제퇴거 관련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사건이다.
헌재법상 재판소원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는데, 모하메드씨는 지난 1월 8일 판결을 확정받고 두 달을 훌쩍 넘겨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모하메드씨의 대리인은 "재판소원 시행일 이전에는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아 청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헌재는 청구 기간 도과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총 34건 각하로 가장 높은 문턱이 된 '청구 사유'와 관련해 헌재는 ▲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주장하거나 ▲ 형식적으로는 각호에 관한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 실질이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법률의 포섭·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한 경우 기본권 침해가 명백히 소명되지 않았다면 청구 사유를 구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재차 제시했다.
헌재는 특히 이번 결정에서 '재판에 적용된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들어 청구한 재판소원 사건을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각하했다.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 사유'를 재판소원 청구 사유로 포함할지 여부는 기존 '위헌심사형 헌법소원'(헌재법 68조 2항) 사건과의 중복 가능성 등을 이유로 쟁점이 됐다.
현행 헌재법 68조 2항이 '법률의 헌법 위반 여부가 소송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경우'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헌재는 이번 결정례를 통해 "법원이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된 바 없는 법률을 적용해 재판을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헌재법 68조 3항 3호 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헌재가 위헌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모든 법률은 합헌으로 인정돼 법원에서도 그 적용을 거부할 수 없다. 위헌의 의심이 있어 위헌제청 신청을 해 그 적용을 일시 유보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 적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기존 결정례를 토대로 이같이 결론 내렸다.
장모를 폭행한 혐의(존속폭행)로 지난달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A씨가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이런 사유를 들어 청구를 각하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직접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해당 사건은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A씨 측은 "헌재에서 법률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데 판결이 확정돼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우선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피청구인들(법원)이 존속폭행 조항(형법 260조 2항)의 위헌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재판에 적용하거나 위 조항에 대해 위헌적 해석을 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사정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호 청구 사건인 모하메드씨 측도 "개정 헌재법이 법 시행일 이전에 재판이 확정돼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것도 실질적으로는 개별 사건에서 법률의 포섭·적용을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 불복에 불과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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