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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손학규(오른쪽)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사진제공=포 커스뉴스> |
[부자동네타임즈 박윤수 기자]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면한 뒤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까지 누적 조문객 수는 무려 2만6000여명에 달한다.
그런데 자신이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상주로 자임하며 빈소를 떠나지 않고 지키는 이들이 있다.
상도동계의 막내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의 흙집에서 칩거하던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다.
김무성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 두 사람의 '빈소 정치'를 조명했다.
◆ 김무성 "나는 YS의 정치적 아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22일 새벽, 누구보다 먼저 빈소를 찾은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자신을 '정치적 아들'이라고 소개한 김 대표는 "상주인데 당연히 5일장 내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상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문상객을 맞이하고 영결식 등에 대해 유족과 상의하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
상도동계 막내인 김 대표가 '정치적 상주' 역할을 하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광을 물려받으려는 행보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PK(부산·경남)를 정치적 고향으로 둔다. YS의 경남중 후배로 부산 영도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전 대표가 PK에서 'YS의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힐 심산이다.
또 최근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한중 FTA 비준, 노동관련 5개 법안의 처리와 관련해서 "김 전 대통령도 민주화 투쟁 속에서도 결코 국회를 떠나지 않았다"며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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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
아울러 당 내부에서도 공천룰 결정을 두고 친박계에 둘러싸여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을 역전할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18·19대 공천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다. 줄곧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김 대표는 최근에도 공천특별기구 위원장 인선 문제로 친박계 인사들과 충돌했었다.
김 대표는 빈소를 방문한 첫 날 부산지역 의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TK 물갈이론'에 대해 "물갈이, 물갈이 하는 사람들이 물갈이 된다"고 '농반진반',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YS의 정치적 아들로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민정부에서 최장수 청와대 대변인 겸 공보수석(2년7개월)과 환경부 장관을 지내 누구보다 YS의 심중을 잘 아나는 윤여준 전 장관이 그랬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면 실패를 두려워 않고 밀어붙이고 결과도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이런 자질의 측면에서 김무성 대표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현 시점에선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정치권에선 없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은 김 대표를 향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 아니고 유산만 노리는 아들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아버지'의 유산을 김무성 대표가 잘 물려받을지, 어떻게 소화해 앞으로 어떤 다른 모습을 보일지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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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한 뒤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
◆ 흙집에서 나온 손학규, 정계 복귀 기지개 켜나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지난 2014년 7월 7·30 재보선에서 패배, 곧장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자유인으로 살겠다"며 전남 강진 흙집에서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1년이 넘도록 언론 노출을 피하던 손 전 고문은 지난 10월 29일 해외 대학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부터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계속해서 지키며 정계 복귀 선언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듯한 모습이다.
첫 날부터 빈소를 지킨 손 전 고문은 여러 정계인사들을 만나며 김 전 대통령을 회상하는 한편 정치현안들에 대해서도 귀 기울이고 있다.
손 전 고문에게 정계에 복귀할 것이냐고 직접적으로 물은 조문객도 상당수 있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대표님, 총선 이후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손 전 고문에게 물었지만 "에이, 그런 일 절대 없다"면서 "그런 말 하면 여기서 (기자가) 또 소설 쓴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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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왼쪽)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오른쪽)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요새 어딨느냐"고 넌지시 물은 뒤 "왜 거기 있느냐. 나오셔야지"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 일(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이 정계 복귀의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정도로 하자"면서 즉답을 피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권 비주류와 안철수 의원 등이 줄기차게 문재인 대표를 '비토'하는 등 내홍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내년도 총선에서 73석뿐이 얻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등장해 내부 분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에 새 바람을 넣어줄 '구원투수'가 절실한 시점에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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