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이현석 기자] 누군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국적을 묻는다면, 이젠 ‘지구’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7월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아리랑’ 앨범 유럽 투어의 마지막 공연엔 2013년 데뷔 이후 단일 회차 공연 최다인 9만2000명 관객이 몰렸다. 8만명을 수용하는 프랑스 최대 규모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는 인파로 가득 찼고, BTS를 향한 환호와 함성이 150분 내내 멈추지 않았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7월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엔 관객 9만2000명이 찾아 역대 BTS 콘서트 중 단일 회차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파리공동취재단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
9만명이 넘는 ‘아미’(BTS 펜클럽)들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집결해 BTS 응원 구호를 외쳤다. 붉은 연막 속에 BTS 멤버들이 등장하자 말 그대로 고막이 터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멤버들의 실물을 본 일부 팬은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고, 공연장에선 실신한 채 축 늘어져 안전 요원에게 안기거나, 어지럼증 때문에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는 팬 수십 명이 속출했다. 스마트워치엔 “소음 환경이 100dB”이라며 “일시적 청력 손실과 영구적 청력 손상이 우려된다”는 경고문이 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훌리건’에 이어 아리랑 수록곡이 공연될 때 팬들은 아리랑 한국어 가사를 익숙하게 합창했다. ‘FAKE LOVE’ ‘Not Today’, ‘IDOL’, ‘Butter’, ‘Dynamite’ 등 대표곡이 이어졌다. 프랑스 팬을 위한 깜짝 노래로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JUMP’를 선물했다. 아미들은 150분 동안 한순간도 자리에 앉거나 휴식을 취하지 않고 모든 공연곡의 가사를 외워서 열창했다.
‘IDOL’의 후렴구 ‘어어어’ 등의 ‘떼창’이 고조될 땐 공연장의 모든 팬이 발을 굴렀는데, 경기장 바닥과 계단이 분명 콘크리트였음에도 지진이 난 듯 경기장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FYA’ ‘불타오르네’ 공연 땐 줄불놀이와 쥐불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불꽃과 화염이 쉴 새 없이 솟아오르면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프랑스를 비롯, 유럽과 세계 각지에서 온 팬들은 자국 국기를 흔들며 BTS를 응원했다. 프랑스 팬들은 자국 국기에 태극 문양과 4괘를 그린 ‘삼색태극기’를 흔들었다.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라도 하는 듯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노르웨이·잉글랜드·우크라이나·아르헨티나·필리핀·튀르키예 등 자국 국기를 흔드는 팬들은 음악에 맞춰 광적으로 춤을 췄다.
히잡을 쓴 중동 여성들도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국적·나이·성별 등은 모두 달라도 ‘아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둥켜안고, 손을 잡고, 괴성을 지르며 몸을 흔드는 이들의 흥분과 열광은 이미 극치에 다다라 있었다. 이에 비하면 지난 3월 서울 광화문에서 펼쳐진 컴백무대의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었다.
BTS를 사랑하는 아미들의 진심은 여기저기서 들고 온 팻말과 그림 등 응원 도구에도 절절하게 나타나 있었다.
‘여러분과 함께 자랐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여러분의 음악이 저를 일으켜줬어요. 10년 넘게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행복해요. 통장은 안 행복해요. 그래도 사랑해요.’ ‘내내 20대 제 곁에 있어 주셔서 영원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3년 전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본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전원 한국산.’ ‘3000㎞ 운전해서 왔어요.’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정국을 사랑하네요.’
9만명 아미들이 BTS를 응원하는 모습은 한국, 프랑스, 유럽, 그리고 세계를 아우르는 보편이었다. 치마저고리나 궁중 의상에 비녀까지 꽂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고, BTS 멤버 전원을 모나리자나 영화 ‘어벤저스’ 주인공들로 묘사한 그림도 보였다. 스크린에 스페인 국기를 흔들며 BTS를 응원하는 장면이 나타나자 최근 월드컵 축구에서 스페인에 패한 프랑스 팬들이 일제히 ‘우우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하고 있다. 빅히트
BTS 멤버들은 이날 세계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 받은 응원이 그 어느 곳에서보다 열광적이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막내 정국은 프랑스어로 “오늘 밤 여러분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귀한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맏형 진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를 회상하며 “오늘도 아름다운 여러분과 함께여서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멋진 하루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뷔는 “프랑스어로 (인사를) 준비했는데 발음이 안 좋아서 전달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기세로 한 번 해보겠다”면서 프랑스를 상징하는 크루아상과 달팽이 요리를 좋아한다고 말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리더 RM도 역시 프랑스어로 “파리에 다시 오게 돼 너무너무 기쁘다. 여러분들이 누구보다 최고”라며 손하트를 날렸다.
월드투어 중 프랑스 공연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던 슈가는 “7년 전 똑같은 공연장에서 공연했는데, 그때는 관객이 절반 정도였다”며 “우리 투어 중 가장 인원수가 많고 가장 뜨거운 도시”라고 했다. 지민은 “저희 팀 공연 인생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공연”이라고, 제이홉은 프랑스어로 “여러분, 즐거운 시간 보내셨느냐”고 물은 뒤 파리는 “최고 아미들의 도시”라고 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아미밤을 들고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공연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파리에 온 걸 환영한다’고 적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탈, 승무, 태극, 강강술래, 경복궁 경회루 등을 모티프로 한 퍼포먼스와 무대 세트 등 요소에 아미들은 “한국의 문화는 이제 우리의 것”이라며 “BTS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했다. 미국인 조이(24)씨는 한국 육군의 전투복 상의를 흔들면서 BTS를 응원했는데 “한국 육군(아미)의 유니폼이 우리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연장 여기저기서 “사랑해요” “오빠” 같은 한국어가 들려왔고, BTS 멤버들이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같은 인사말을 한국어로 할 때마다 프랑스어로 통역도 되기 전에 환호성이 터졌다.
프랑스 현지 매체도 BTS 공연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일간 르몽드는 방탄소년단의 데뷔 시절부터 오늘날까지의 여정을 다룬 장문의 온라인 기사를 사이트에 게재하며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한 활동 중단이 그룹을 흔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멤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뭉쳐 있고 강해졌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마크롱도 아미였나?" BTS 파리 공연장 찾은 프랑스 대통령 부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프랑스 공연 첫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공연장을 찾아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매체 CNEWS와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BTS는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공연을 열고 9만2000여명의 팬들과 만났다. BTS의 프랑스 공연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공연을 관람 중인 마크롱 대통령 부부. /x 캡처
이날 공연장에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다. 공연 도중 대형 전광판에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잠시 비치자 객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응원봉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도 속속 올라왔다.
르피가로는 올해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인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 부부의 참석이 한국에 대한 우호와 존중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TS는 연일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외신은 “2019년 이후 처음 성사된 프랑스 현지 공연인 만큼 팬들이 치열한 티켓
경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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