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밝힌 보수가 살길은?…"공천권, 당대표 아닌 국민이 행사해야"

조영재 기자 / 2026-08-01 01:14:27
-무소속 한동훈 의원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조찬 강연…지지부진 보수재건 구체적 해법 처음으로 내놔…당 대표 돼도 공천권 내려놓겠다고 해석돼 주목…보수재건 막는 3가지 두려움 걸림돌 제시
-국힘 장동혁 “당원 의사가 완전 무시되는 건 정당정치 아냐”…張, 당대표-공천권 분리 주장에 “당원 무시 발상”

[부자동네타임즈=조영재 기자] “당권을 누가 잡든 간에 공천을 그 사람 마음대로 좌지우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보수재건의 해법으로 ‘상향식 공천의 법제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실상 자신이 국민의힘에 복귀해 당대표가 되더라도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한 의원은 7월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미래’란 주제로 조찬 강연에 나섰다. 한 의원은 “이 중요한 보수의 골든타임이 누가 들어오면 안되고 누가 가야되는 얘기로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35분 넘게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연설에 나선 그는 기치를 내걸었던 보수재건이 지지부진하자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 의원이 구체적인 보수재건의 방법론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의원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보수 재건의 걸림돌인 ‘공천권에 대한 두려움’과 ‘극단적 세력으로부터 배제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이라며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에 두려움에 많이 좌우되는 직업 정치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이 7월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보수재건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3가지 두려움을 거론했다. 우선 공천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지만, 국회의원의 다음번 출마 여부는 국민이 정하지 않는다”면서 “당권을 가진 당 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그 권한을 차지하기 위한 노골적인 이전투구가 양당 모두에서 벌어지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민심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양당제 고착화와 맞물려 심화됐다고 봤다. 한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북갑 선거운동 과정의 어려움을 소환하며 “양당제로 선택지 자체가 없어지고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특정 지역은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공천=당선 의미)이 됐다”면서 “당 대표를 선출해내는 과정의 암투가 대단히 정교해지고 정치공학적으로 강해졌다”고 봤다. 그간 자신이 치른 모든 선거 중에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선거 역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였다고 털어놨다.

한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기준으로 전 국민 유권자의 0.5%의 당원만 확보하면 당권을 가질 수 있다”라며 “자기 생각 자체가 아주 극단적인 오른쪽이나 왼쪽이 아니더라도 당권을 갖기 위해서 궤도를 수정하고 실제로 민심과는 다른 길로 가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의힘은 누가 공천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어느쪽이든 보험을 들고 적절하게 관망하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문자 폭탄’을 들어 극단적 세력에서 배척받는 두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욕설을 포함해 하루에 한 1만개 정도의 문자를 받는다며 “이제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처음에 당해보면 정말로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다”면서 “현실은 좌우의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그런 사람이 행동을 하니까 숫자가 많고 영향력이 있는 거 같은 불안감이 커져 명백하게 잘못하는 세력에게도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주위에서 대부분 만류한 경험을 들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전했다. 그는 “최근 정치를 보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잘 없다”라면서 “패배자가 재기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도가 돼 게임에 참여해 승부사가 되기보다는 승부가 끝난 다음에 조용히 이긴 쪽에 줄 서는 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결국 보수재건의 길은 상향식 공천의 법제화에 있다고 봤다. 그는 “공약, 당헌·당규는 말은 멋지지만 얼마든지 바뀐다”면서 “독일은 의원 후보자를 비밀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당의 텃밭 지역은 상향식 공천을 규정화해야 한다”면서 “법이나 시행령에 직전 선거에서 몇 퍼센트 이상을 가져간 지역에서는 그 시도 지역구의 80~90% 이상을

경선을 통해서 한다 등의 규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이후 ‘보수재건의 골든타임’이란 점을 앞세우며 본인을 제명했던 국민의힘으로의 복당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뿐 아니라 당내 중진들과 접촉을 넓히며 복당을 위한 보폭을 넓혔다.

 

●상향식 공천

 

불분명한 기준에 따른 컷오프나 전략공천 등을 통해 위에서 공천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원·일반 국민이 후보 선출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장동혁 “당원 의사가 완전 무시되는 건 정당정치 아냐”

 

그러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한 의원의 복당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장 대표는 한 의원의 제명 사유가 된 ‘당원 게시판(당게) 사건’을 두고 해당(害黨) 행위가 아닌 ‘범죄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민의힘 홍보국 관계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는 등 1년 만에 해당 사건의 수사 재개에 나섰다. 장 대표는 친한계를 겨냥한 ‘징계 정치’에 나서며 심각한 해당 행위에 대해선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복당을 영구히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장 대표는 당내에서 ‘당 대표-공천권 분리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앞서 장 대표는 7월28일 ‘국민의힘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서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라면 당의 중심인 ‘당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100% 국민 경선 방식의 공천 관련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공직자 후보 추천에 있어서 당원 의사가 완전 무시된다는 것은 정당 정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그 방식은 원내에서 일은 하지 않고 언론에 매달리거나 자기 정치하는 사람을 걸러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당대표-공천권 분리 주장에 “당원 무시 발상”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대표-공천권 분리론’에 대해, 장동혁 대표가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지는 얄팍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의 중심인 당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원 중심’ 기조를 강조하면서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당원들이 선출하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서 공천을 하겠다는 발상은 정당정치의 기본원칙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어떤 식으로든 당원들의 의사가 공직자 평가에 비중 있게 포함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것이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는 길이고, 당원 중심 정당이 국민 정당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당의 목표가 설정되면 함께 힘을 모아 당원과 함께 국민을 위해 열심히 싸우는 사람, 여당이면 여당답게, 야당이면 야당답게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만 한다”고 했다.

 

장 대표의 이런 발언은 최근 장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는 쪽에서 표출된 당대표 역할 축소·폐지 개혁안에 대한 반응으로 읽힌다.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에서는 당대표에게서 공천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개혁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당대표를 없애고 원내 중심 정당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50% 이상은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정당으로 나아간다면 원내 중심 정당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시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0% 국민경선으로 공천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직자 후보 추천에 있어서 당원 의사가 완전 무시된다는 것은 정당정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원내에서 일은 하지 않고 언론에 매달리거나 자기 정치하는 사람을 걸러낼 수 없다”, “정치 신인의 진입을 결국 차단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장동혁 ‘버티기’에 국힘 내부서 ‘당대표 폐지·공천권 분리’ 압박 목소리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 역할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개혁안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버티기’에 나선 장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는 7월22일 조찬 모임에서 보수 확장 전략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발제에 나선 최형두 의원은 “한국 정당의 구조적 위기는 제왕적 당대표 체제와 승자독식”이라며 “공천권, 인사권, 당무운영권, 메시지 통제권이 당대표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당대표에게서 공천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정당 혁신의 핵심 추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이 7월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찬 모임에 참석해 있다.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토론 중에는 팬덤층과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국민 정당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나,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을 계기로 강성 지지층 결집에 골몰하고 있는 장 대표 행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당대표 체제 회의론은 장 대표의 위축된 입지와 맞물려 곳곳에서 표출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을 한 뒤 “(오 시장이) 당 대표 폐지와 원내 정당화, 국민 공천 제도화를 하자고 말했다”며 “원내 목소리를 모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회 특강에선 미국 의회를 예시로 들며 “굳이 당 대표가 필요한가. 원내대표로 충분히 당이 운영된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은 최근 한 언론에 “이제는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언급했다. 다만 당권파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이런 구상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장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약화된 장면은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포착됐다. 여야 합의로 의총에 보고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법안’과 관련, 장 대표가 수사 대상과 범위를 재조율해야 한다며 추인 반대입장을 밝혔으나 의원 여럿의 찬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합의안은 박수로 추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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