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음주운전’ 유혹…경찰단속 강화 “누구도 못 피한다

이영진 기자 / 2015-12-21 0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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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백병원>

 


 

[부자동네타임즈 이영진 기자] #1. 20일 0시 10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과 등촌동 일대에서 순찰차 5대가 양모(39)씨가 운전하는 차량과 추격전을 벌였다.

등촌동 백석초등학교 인근에서 있던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불응해 달아난 양씨를 경찰이 맹추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양씨와 경찰의 추격전은 양씨가 순찰차를 들이받으며 끝났다. 이 과정에서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양씨는 혈중알콜농도 0.155%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음주운전 단속에 응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2. 18일 오전 1시쯤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역사거리에서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던 권모(25)씨가 신호를 위반해 행인 5명을 치고 달아났다.

 

권씨의 음주운전 사고로 10대 이모(19)양이 숨졌다. 김모(49)씨 등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권씨는 혈중알콜농도 0.146로 면허취소 수준에서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하다 행인들을 치어 다치거나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권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3. 지난 13일 오후 5시쯤에도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달아나던 육군 예비역 소장 김모(68)씨가 경찰의 추격을 받았다.

경찰은 자신이 운전하던 승합차를 갑자기 후진해 정차해 있던 차량을 들이받은 후 도주한 혐의로 김씨를 추격했다.

 

김씨는 도주를 저지한 시민 두 명의 얼굴과 허벅지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인근까지 달아났지만 결국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에 붙잡힐 당시 김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31%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였다.

김씨는 서울 지하철 교대역 인근에서 면허가 취소된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면서 이를 저지한 시민 2명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폭행 등)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음주운전 ‘악마의 유혹’

연말연시를 앞둔 이모(29)씨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가용이다. 업무상 자가용으로 출퇴근도 해야 하고 대개 퇴근 후에는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많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3월 한 대기업에 취직하며 자가용을 구매한 이씨는 ‘직장인’으로 처음 맞는 연말연시에 들뜬 마음으로 송년회 모임 계획을 세웠다.

‘취업준비생’일 때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사회초년생’으로 새로 사귄 지인들 등과 송년모임 약속으로 이씨의 스마트폰 달력 12월 말 일정은 빼곡하다.


이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송년회를 가지면 술을 안 마실 수는 없다”며 “송년회 자리가 끝나갈 때 술이 덜 취했다고 느껴지면 음주운전 유혹에 흔들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연말연시 이어지는 송년회 자리에서 ‘음주운전’의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이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최모(32)씨도 역시 ‘음주운전’을 고민한다고 전했다.

최씨는 “송년회가 끝나갈 무렵이면 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음주운전 파’와 ‘대리운전 파’로 나뉜다”며 “간혹 ‘한 번쯤은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술을 마신 채 섣불리 운전대를 잡았다간 강화된 경찰단속에 ‘딱’ 걸리게 된다. 경찰은 연말연시에 증가하는 음주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 연말연시 음주운전 사고 부상자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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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월별 음주 교통사고 발생 현황. <표제공=서울지방경찰청>

연말연시 때면 송년회 등으로 인해 ‘술자리’가 많아지는 만큼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사망자·부상자도 증가한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가장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달은 12월이다.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명이고 594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음주운전 사고 건수도 317건으로 지난해 7월 32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는 2013년 293건의 사고 발생보다 24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2012년에도 12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2013년 12월에는 5명이 숨을 거뒀다.

 

지난달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이미 두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달 25일 0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한 보행자가 횡단 중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사망했다.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콜농도 0.138%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였고 사고 후 도주했지만 잡혔다.

사망사고는 또 있었다. 지난달 17일 오후 5시 40분쯤에는 서울 동대문구 장한동에서는 혈중알콜농도 0.142% 상태로 음주운전하던 운전자가 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 음주운전 단속 강화…“‘어플’도 소용없어”

경찰은 연말연시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연말연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에 편승한 음주운전 증가가 예상돼 12월부터 다음달까지 두 달간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음주운전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음주운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음주운전사고 발생이 가장 많은 시간에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새벽시간대에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사망사고 발생시간이 가장 많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집중단속할 것”이라며 “‘집중단속의 날’을 통해 야간이 아닌 주간에도 음주단속을 불시에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은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도 대비책을 강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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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더더더 어플리케이션 시작화면 캡처>

최근 ‘더더더’, ‘피하새’ 등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단속지점을 피해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사용자는 지난해 기준 98만여명이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은 운전 중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목격하면 어플리케이션에 음주운전 단속지점을 올린다.

사용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음주운전 단속지점을 실시간 공유하고 음주운전 단속을 피한다.

경찰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주단속을 피하거나 음주단속 지점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해당 지역 주민 등에 대한 단속을 위해 20~30분마다 단속지점을 옮기는 ‘스팟 이동식 단속’을 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팟 이동식 단속’을 통해 운전자가 음주단속 장소를 예측치 못하도록 하는 등 보다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설 것”이라며 “여러 곳에서 단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플리케이션에 장소가 노출되기 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 단속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스팟 이동식 단속’은 현재 음주운전 단속에서도 하고 있다”면서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단속될 것이고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단속을 피하는 방법보다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운전자·가족·타인까지 ‘망치는’ 음주운전…대안은?

운전자들이 음주운전의 ‘유혹’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음주운전 파’가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대리운전기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연말연시에는 가능한 대리운전기사가 없거나 장시간 대기해야 겨우 배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를 놓고 갈 수 없어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리운전기사가 없다면 난감하다”며 “‘음주운전’ 나쁘다는 것은 다 알지만 ‘대안’이 없을 땐 ‘음주운전’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전모(30)씨도 “평소에 비해 연말연시에는 대리운전기사를 찾기가 어렵다”며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연말연시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수요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특히 ‘술자리’가 끝나갈 시간인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는 대리기사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업계에서는 연말연시 ‘술자리’에 자가용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대리운전이 필요한 시간에 예약을 해 두면 된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술자리’가 끝나갈 시간쯤 대리운전을 예약을 해두면 빨리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예약은 기사를 특정해 예약할 수는 없지만 시간은 미리 정할 수 있다.

또 음주운전 단속지점을 공유하는 어플리케이션도 ‘악용’하지 않으면 음주운전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들 어플리케이션에 포함된 위치정보를 활용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리운전 사무실과 연결해 주는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경찰은 “음주운전은 운전자 혼자만의 피해가 아닌 무고한 시민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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