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잇따른 성범죄…무엇이 문제인가

학생들 '양성평등센터' 역할에 의문제기<br />
양성평등센터, 교수 징계도 교수 위주의 특별대책팀으로 결정<br />
학생들 "우리 스스로 내부 분위기 바꿔나가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12 0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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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한 명문 사립대가 있다. 올해 개교 111주년이 되기까지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걸출한 졸업생들을 수없이 배출해 온 이 학교의 이름 앞에는 '민족'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가 붙는다.

한 대학이 있다. 학교 이름을 포털에 검색하면 '성희롱' '고추밭' 같은 민망한 연관검색어가 뜬다. 학교 이름 뒤에 '성범죄' '성폭행' 같은 키워드를 엮어 검색하면 수백개의 사건 기사가 쏟아진다.

고려대학교 이야기다. 특유의 신입생 신고식인 '사발식'과 연세대와의 라이벌 관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응원전으로 "학내 문화가 집단주의적이고 마초적이다"라는 비판을 받곤 했던 고려대에 '성범죄 대학'이라는 오명이 더 뜨거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상당수 고대생들도 이를 매우 중요한 이슈로 여기고 있다.

◆ 최근 5년 새 알려진 성범죄 사건만 9건

2011년 5월 이후로 언론에 의해 고려대학교의 이름이 특정된 성범죄 사건만 9건으로 매년 1~2건의 성범죄가 학내에서 일어났다.

2011년 5월 의대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이 잠든 사이 성추행 및 성폭행을 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 3월에는 교수가 지도 학생에게 논문 지도를 해주겠다고 하며 모텔로 불러내 성추행 한 사건이 있었다.

2013년 6월 교수가 여학생에게 진로상담을 하면서 성추행을 한 사건이 있었고 7월에는 남학생 1명이 2년 동안 여학생 19명에게 약을 탄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는가 하면 여학생들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사진을 보관했던 사건이 있었다.

2014년 8월에는 교수가 연구소 조교를 성추행 한 사건이 있었고 2015년에는 3월 동아리 회장이 동아리 회원을 성폭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과 9월 대학원에 다니던 중학교 교사가 동기 대학원생을 성추행 하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6월에는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서 여학생들의 실명과 사진을 주고받으며 성적대상화를 하는 성희롱 발언을 주고 받은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에는 남학생들이 페이스북에 남자들만 드나들 수 있는 비밀 그룹을 만들어 같은 학과 여학생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온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 학내 성범죄 대응 '양성평등센터', 제 역할 하고 있나


고대에는 학내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중재와 징계 및 피해자 상담을 전담하는 '양성평등센터'가 마련돼 있다.

고대 학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1차적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곳으로 평상시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성범죄 예방에 힘쓰고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는 특별대책팀을 꾸려 사건을 수습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양성평등센터의 역할에 대해 "양평(양성평등센터)이 주도해 구성하는 특별대책팀이라는 단체는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학내에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특별대책팀이 꾸려지지만 해당 사건의 가해자가 교수인가 학생인가에 따라 내놓는 결론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교수가 가해자일 때는 쉬쉬하고 넘어가지만 학생들끼리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불같이 따지고 든다"며 "효용성과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양성평등센터의 센터장 이윤정 가정교육과 교수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놨다.

이 교수는 "교수가 가해자일 때는 더 엄중히 조사한다"며"교수와 학생의 관계처럼 위계가 존재하고 교수가 가해자일 때는 사안을 더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 교수 징계도 교수들끼리 결정…학생들 "개선 필요하다"

하지만 양성평등센터가 구성하는 특별대책팀의 위원은 대부분 교수들로 이뤄진다.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교수일 때도 교수 집단이 그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비밀 유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교수님들은 전문성이 있는 분이라 믿을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특별대책팀에 학생 위원이 포함되도록 하는 개선안을 학교 측에 내놓은 상태다.

이 교수는 최근에 잇따른 학내 성범죄에 대해 "양성평등센터가 그만큼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다른 학교에도 고대 못지 않은 성범죄가 존재할 것이다. 고대만 특별히 사건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양성평등센터가 그만큼 피해자들에게 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공론화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언론에 자주 노출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의 학내 성범죄 사건에 대한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학생들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1일 오전 고려대 안암캠퍼스 인근 안암사거리에서 만난 여학생 A(23)씨는 "카톡 단톡방 내 성희롱 사건과 비밀 페이스북 그룹 내 성희롱 사건은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폭로를 했기 때문에 밝혀진 것"이라며 "고대 학생들이 그동안 덮고 넘어갔던 것들에 대해 이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고려대학교 정문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남학생 B(26)씨는 "그동안 고대 내에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성범죄 사건들이 자꾸 터져나오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들이 앞으로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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