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공공조형물 지정 언제… '테러 무방비'에 우는 소녀상
위안부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전국 32곳으로 확산<br />
지난 5년 새 훼손 3차례…시민단체 "법적관리 필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12 06:01:26
△ 아프지마 소녀상
(서울=포커스뉴스) 1000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던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근처에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이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소녀의 모습이었다.
고작 14~16살쯤 돼 보이는 이 소녀는 저고리를 야무지게 여민 채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몹시 긴장한 듯한 소녀의 표정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눈물을 훔쳐냈다.
이후 소녀상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각지에 총 32개의 소녀상이 세워졌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도 4개의 소녀상이 등장했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상징이 됐다. 그러나 최근 이 소녀상이 테러에 울고 있다.
◆ 말뚝‧망치에 이어 또…테러 위험에 놓인 소녀상
소녀상이 처음 공격받은 건 지난 2012년 6월. 극우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49)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묶었다.
소녀상이 훼손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듬해 2월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로 스즈키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스즈키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발부됐지만 일본 정부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그를 소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에는 소녀상 테러 위협으로 비상이 걸렸다. 스즈키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머물고 있는 나눔의집에 말뚝을 매단 소녀상 모형을 국제우편으로 보낸 것이다.
양노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인권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극우 일본인들의 테러가 이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격은 없었다.
두 번째 공격은 4년 뒤인 지난 6월에 있었다. 테러범은 뜻밖에도 30대 한국 여성이었다. 일본대사관 앞을 찾은 최모(33)씨는 망치로 소녀상을 3~4차례 내리쳤다. 재물손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조현병(정신분열) 환자였다.
경찰은 최씨를 입원조치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혐한 일본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소녀상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세 번째 공격이 일어났다. 대학생모임인 제주평화나비네트워크는 지난달 20일 제주시 노형동 방일리공원에 있는 소녀상에서 길이 7㎝의 상처를 발견했다.
전동드릴, 송곳 등으로 추정되는 흉기에 긁힌 자국이었다. 그러나 소녀상 근처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누가, 언제 상처를 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 보호 시급한 소녀상…"공공조형물로 지정해야"
시민단체는 소녀상의 상태를 CCTV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녀상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상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근거는 없다. 정대협 등 소녀상을 설치한 단체의 사유재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일본대사관 앞 1호 소녀상도 설치 부지인 종로구 측에서 도로점유권만 허가받은 상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안으로는 지자체별 '공공조형물 지정'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조형물로 지정되면 할당된 예산으로 소녀상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선정한 곳은 강원 원주시가 유일하다. 원주시는 지난해 6월 소녀상을 시청공원 내 설치하도록 허가하고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CCTV와 조명을 설치했다.
제주 소녀상을 추진한 제주평화나비네트워크의 김광철 대표는 "소녀상 훼손 사건도 근처에 CCTV만 있었으면 금방 범인을 잡아 해결할 일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소녀상 세우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제주도청에 CCTV만이라도 설치해달라 요청하고 점진적으로 공공조형물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도 1호 소녀상의 공공조형물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경민 더민주 의원(서울 영등포구을)은 "소녀상이 공공조형물로 지정될 충분한 문화적 가치가 있다"며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이전이나 도난,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농성 중인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및 소녀상 철거 반대 대학생행동 관계자들이 소녀상을 살펴보고 있다. 2016.06.03 박동욱 기자 제주시 노형동 방일리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왼쪽 이마에 드릴, 송곳 등으로 긁은 것으로 추정되는 7㎝ 길이의 상처가 발견됐다.지난 6월 3일 한 30대 여성이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의 머리를 40cm 길이의 망치로 내려쳤다. 2016.06.03 박동욱 기자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3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할머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2016.06.22 김인철 기자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3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시민들이 사회자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2016.05.25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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