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무서워 '찜통교실'에 방치된 학생들

여름철 기준온도 28도 이상인 찜통교실 3천개<br />
"피크량 기준 기본요금 책정 방식 문제" 지적<br />
전국 초·중·고등학교 전기요금 4천억원 지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11 18:06:46

△ 추석야독

(서울=포커스뉴스) "후끈후끈거려서 얼굴이 빨개지는 정도죠. 아무리 덥다고 해도 에어컨을 26도로는 안 내려줍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A중학교에 다니는 김수현(가명·16)양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학교는 정해진 예산을 이유로 에어컨과 선풍기 둘 중 하나만 틀 수 있도록 한다. 에어컨을 트는 날은 시험 기간이나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정도다.

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 여름, 지난 7월 중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불볕더위에 체육수업이라도 하고 교실로 들어오면 다음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방학이지만 오는 다음 주 개학을 하면 찌는듯한 '찜통교실'이 김양을 기다리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교 역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해 찜통교실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전국 초·중등학교 1만988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4년 기준 2910개교(26.5%)가 찜통교실, 4658(42.6%)가 얼음교실인 것으로 지난 4월 파악됐다.

이때 찜통교실은 여름철 냉방 기준온도가 28도 이상인 학교를, 얼음교실은 겨울철 난방 기준온도가 18도 미만인 학교를 말한다.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전국 초초·중등학교에 적용되는 교육용 전기요금의 '기본요금 산정방식' 문제를 지적한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처럼 누진제가 적용되진 않지만, 1년 치 기본요금이 '특정 15분간 최대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예컨대 11일 오후12시부터 오후12시15분까지 에어컨을 1000㎾로 연중 가장 세게 틀었다면, 이를 기준으로 1년 기본요금이 정해지는 식이다.

또 다음날 1100㎾를 썼다면 기본료는 갱신된다. 반면 평소에 500㎾ 수준에서 전기를 아껴 쓰더라도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전체 교육용 전기료에서 기본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한전측에서 전기를 절약하라는 차원에서 교육용 전기요금을 이처럼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기요금은 8월에 급증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하면 한해 전기요금이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교육시설과 박을수 주무관은 "전기요금을 사용한 만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가장 많이 쓴 시간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책정되는 것은 문제다. 요금 산정방식이 바뀐다면 현재 전체 전기료에서 기본료가 차지하는 비율(40%)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교육부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원래 공공기관 적정온도는 28도로 정해져 있지만 학교 같은 경우는 자체 에너지 심의위원을 열어 자율적·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다만 에어컨을 많이 쓰면 전기요금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재정 여건이 어려운 학교의 학생들 같은 경우는 더 덥게 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기요금 산정방식을 정하는 한국전력공사 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 영업처 관계자는 "전체 발전설비가 소화하는 전력량이 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순간 피크 전력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산정한다. 요금 적용하는 기준에 대해 검토해볼 순 있겠지만 피크를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맞는 사실이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순간 피크 기준을 15분 단위로 하는 곳이 많다. 원칙대로라면 15분이 아니라 매초마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 차원에서 학교에 제공하는 전기요금 지원·할인제도도 많다. 다른 기관의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 그 폭이 작거나 오히려 인하한 적도 있다. 형평성 측면에서 학교에 불공평한 제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2014년 기준 전국초·중·고등학교의 1년 치 전기요금이 4325억원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는 전년도 4226억원보다 99억원 증가한 수치다.연이은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정오를 기준으로 최고전력 수요가 7905만㎾를 기록해 여름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2016.07.25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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