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무서워 잠 못 이루는 밤…직장인 '무력감' 호소
직장인 10명 중 8명 "열대야로 업무지장"<br />
피로회복제, 소화제 판매 20% 증가<br />
2명은 전기세 부담에 에어컨도 못 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11 15:05:44
△ 열대야 속 한강공원 찾은 시민들
(서울=포커스뉴스) 가정용 가구 제작‧설치업에 종사하는 김모(46)씨는 최근 무력감에 시달린다. 열대야로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이는 곧바로 업무에 지장을 줬다.
"10분만 쉬었다 하자". 평소 같으면 3시간을 내리 집중해 끝냈을 싱크대 설치 작업인데 1시간30분만에 벌써 두 번째 휴식이다. 김씨는 "찜통 같은 날씨에 일주일째 잠을 설쳤다"면서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기업에 다니는 1년 차 사회 초년생 구모(28)씨는 11일 또 지각했다. 이달 들어 세 번째다. 한밤에도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다 보니 지하철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구씨는 "전기세를 아끼려다 숙면까지 아꼈다"면서 "졸리고 피곤해 온종일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잘 마시지 않는 커피도 하루에 2~3잔씩 마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8년 차 직장인 양모(37)씨는 점심보다 낮잠을 택했다. 열대야로 부족한 잠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보충하고 있다. 양씨는 "50분 정도 잠을 자고 회사 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며 "업무시간에 사무실에서 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모(30‧여)씨는 요즘 매일 같이 소화제를 복용한다. 박봉에 전기세조차 부담되는 김씨는 밤새 선풍기 바람에만 의지하다 잠을 설쳤다. 망가진 생체리듬에 소화불량까지 겪었다. 김씨는 "전기세 아끼려다 소화불량까지 걸렸다"고 힘없이 말했다.
서초동의 한 약국의 약사는 "더위에 무기력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피로회복제나 소화제 판매량이 평소보다 2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열대야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52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최근 열대야를 체감하고 있는지'라는 질문에는 97.2%의 직장인들이 '그렇다'고 답했고 '아니다'라는 답변은 2.8%에 불과했다.
열대야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를 상대로 '열대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는지'라는 질문을 한 결과 '그렇다(47.6%)'라는 답변과 '매우 그렇다(35.5%)'라는 답변이 82%에 육박했다. '그렇지 않다(14.4%)'와 '전혀 아니다(2.5%)'라는 답변은 총 16.9%에 불과했다.
이들은 업무지장의 대표 사례로 '집중력 감소', '업무 의욕 저하'을 꼽았다. '열대야로 인해 어떤 지장을 받고 있는지'(복수응답)라는 질문에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답변은 68.8%에 육박했고 '업무의욕이 저하됐다(60.3%)',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동료와의 마찰이 증가했다(15.3%)', '근무태도가 해이해졌다(10.6%)'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열대야는 직장인들의 수면시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열대야로 인해 수면시간에 변화가 있는지'라는 질문에는 76.3%의 직장인들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변화 없다'는 11.9%, '증가했다(11.7%)'였다. 구체적인 시간은 '약 1시간~1시간 30분'이 34.2%, '약 30분~1시간'은 32.0%을 기록했다. '약 1시간 30분~2시간' 감소했다는 답변도 15.9%를 기록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 사용이 꺼려진다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17%는 '최근 열대야로 인해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전기세가 부담되기 때문에'라는 답변은 40%에 육박했다. '여름철 누진세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43.8%의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 전기요금 누진제 계산기
<포커스뉴스>가 제공하는 전기요금 계산기를 통해 올여름 예상 전기요금을 확인해 보세요.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6.08.05 오장환 기자 2016.08.10 주재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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