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한 올림픽 열기…사라진 올림픽 '치킨 특수'
'바쁜 일과‧사라진 집단문화‧金위주 중계'에 관심 '시들'<br />
"올림픽 효과 기대 안 해"…잇단 폭염에 오히려 매출↓<br />
전문가들, "불경기에 대리만족 느낄 여유도 메말랐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9 22:06:33
△ 대학 게시판에 걸린 채용정보
(서울=포커스뉴스) "국가 대항 경기라면 뭐든 밤새 기다렸다 봤는데 이번 올림픽은 별로 관심이 안가더라고요. 이유는 딱히 모르겠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챙겨볼 여유가 없어진 것 같기도 해요." (3년차 회사원 이재윤씨)
"브라질과 워낙 시차가 많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올림픽이라고 기대했는데…. 지난 주말에 170마리 팔렸어요. 주말에 보통 160~200마리 팔리거든요. 평범한 수준이죠 뭐."(대전 치킨집 사장 김모씨)
올림픽 열기가 예년만 못하다. 가족, 친구, 직장 단위로 모여 함께 올림픽을 즐기던 풍경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 축제 기간이면 길거리 곳곳에 보이던 '할인행사' 전단도 자취를 감췄다. 올림픽 현지(브라질)와 12시간이 시차가 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의아할 만큼 차분한 분위기다.
◆ '바빠서, 혼자라서, 진정성 없어서' 올림픽 안 본다
직장인 10명 중 7명 가까이 이번 리우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떨어졌거나 흥미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포커스뉴스>가 직장인 50명을 대상으로 이번 리우올림픽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66%에 달하는 33명이 '예전보다 흥미가 떨어졌다(23명)' 또는 '흥미가 없다(10명)'고 답했다. 반면 '예전과 비슷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1명, '예전보다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3년차 직장인인 김모(33)씨는 "볼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경기를 챙겨볼 체력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학창시절부터 축구 '광팬'이었다는 그는 취업한 이후부터 '귀찮음'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8일 독일전도 10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만 챙겨본 김씨는 "누가 보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취미를 잃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인 심모(28)씨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하지만 석사과정을 밟으면서부터 가족, 친구들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심씨는 "나에게 올림픽은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여럿이 같이 즐기는 것이다. 방학이나 휴가도 없이 거의 매일 혼자 연구실에 있는데 그 시절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며 아쉬워했다.
올림픽이 '금메달‧순위 중계'로 변질돼 보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모(32‧여)씨는 "박태환, 진종오 같은 유명 선수들 위주로 중계가 나오는 데 환멸을 느낀 지 오래"라며 "단순히 메달 개수, 국가별 순위 중계하는데 연연하는 방송을 굳이 잠 줄여가며 챙겨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 '올림픽 특수' 옛말…침체된 분위기에 업계 울상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하락은 외식업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울 동작구에서 11년째 치킨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52‧여)씨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라고 해서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 옛말"이라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는 눈에 띌 만큼 매출이 늘었는데 이후부터는 큰 재미를 못 봤다는 것이다.
그는 "(올림픽이 시작된) 지난 주말 평소보다 가게로 직접 오는 손님은 줄었는데 배달 주문은 크게 늘지 않았다"며 "애초에 큰 기대 안 해서 대형 스크린도 설치하지 않았는데 그게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치킨업계 1위 업체 BBQ도 올림픽 기간 동안 평소 대비 15~20%의 매출 상승을 예상하고 있으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던 첫 주말 매출은 전주 대비 10% 안팎 상승에 그쳤다.
호프집 매출도 예년만 못했다. 푹푹 찌는 날씨는 오히려 매출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교 근처에서 맥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0‧서울 관악구)씨는 "평소 같았으면 가게 밖에다 테이블을 설치해도 꽉 찰 만큼 손님이 많은데 요즘 너무 덥다보니 홀도 절반 이상 빈 날이 많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 효과를 봤느냐는 질문에는 "특수는커녕 평소보다 매출이 70% 수준으로 줄었다"며 "날씨가 조금이라도 시원해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메마른 여유‧닫힌 지갑, 불경기에 올림픽도 밀렸다"
이처럼 올림픽 분위기가 가라앉는 데 대해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불경기로 악화된 사회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올림픽 침체 분위기의 배경으로 취업난과 불경기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올림픽 주요 관람층은 젊은 세대인데 이들이 취업을 못하고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일상에서도 마음에 여유를 잃었는데 12시간 시차까지 극복하면서 (경기를) 지켜볼 여유는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정래 경북대 교수(레저스포츠학과)는 경기침체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는 "80,90년대도 불경기긴 했지만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대리만족, 일종의 청량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과의 무승부에도 국민들이 무관심할 정도로 경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말대로 유독 이번 올림픽에는 TV, 컴퓨터 등 전자업계의 이벤트가 거의 없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조용한 올림픽을 보내고 있는 상황.
홍보업계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 브렉시트, 테러 등 리우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워낙 컸던 데다 무엇보다 국내 업계도 불황을 타고 있어서 요식업계가 아닌 이상 큰 이벤트 투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SALVADOR, BRAZIL - AUGUST 07:Spectators look on during the Men's First Round Group C match between Germany and Korea at Arena Fonte Nova on August 7, 2016 in Salvador, Brazil.(Photo by Felipe Oliveira/Getty Images) 2016.08.0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는 늦은 밤에도 건물마다 불이 켜져 있다. 2015.12.30 박동욱 기자 새학기를 맞은 18일 오전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 학생이 교내 게시판에 붙은 취업 관련 게시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16.03.18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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