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 서초구민 우롱한 기상청…부정확 수치로 '가장 더운 곳' 오명
최근 5일간 최고기온 평균 가장 높은 곳 '서초구', 낮은 곳 '노원구'<br />
알고보니 서초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 주변으로 에어컨 실외기<br />
졸지에 '열섬현상 심한 곳'·'서울에서 가장 더운 곳' 등 오명 쓴 서초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8 17:40:49
△ 더위를 피해 그늘 휴식
(서울=포커스뉴스) 서울지역에서 가장 더운 기초자치단체로 알려진 서초구가 알고보니 에어컨 실외기 등 외부적 요인에 노출된 관측장비 때문에 '오명'을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최근 5일 동안 서울지역에서 최고기온 평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기초자치단체는 37.3도를 보인 서초구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기간 서울의 기준 관측소(종로구)에서 측정된 최고기온 평균 34.98도보다 무려 2도 이상 높은 수치다.
서초구의 뒤를 이어서는 36.28도인 양천구, 36.04도인 송파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평균치를 나타냈다.
반면 같은기간 최고기온 평균이 가장 낮은 기초자치단체는 노원구로, 서초구보다 2.8도가량 낮은 34.52도를 보였다.
이어 나란히 34.56도를 보인 중구와 도봉구가 최고기온 평균이 낮은 기초자치단체로 노원구의 뒤를 따랐다.
이밖에 강남구 35.28도, 구로구 34.94도, 마포구 34.82도 등으로 22개 기초자치단체가 서울의 기준 관측소(종로구)에서 측정된 최고기온 평균과 1도 이내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자료 중 일부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수치로 확인됐다.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양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 6개 기초자치단체에 설치된 관측장비(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건물 옥상에 설치돼 주변 에어컨 실외기 등의 인위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관측표준화법에 따라 AWS는 지상에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상 설치가 어려울 경우 건물 옥상과 장애물이 있는 장소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특히 강서구를 제외한 서초구 등은 최근 5일간 서울지역에서 최고기온 평균이 가장 높은 1위부터 5위를 차지한 기초자치단체로, 열섬현상이 두드러지거나 가속화되는 장소로 관련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언급되기까지 했다.
결국 이들 기초자치단체는 잘못 설치된 관측장비에서 나온 기상청 자료 덕분에 '열섬현상이 일어나는 동네'라는 멍에를 짊어진 셈이다.
또 45만 서초구민의 경우 동네의 세부 기온을 보려해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관측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졸지에 '가장 더운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는 불명예까지 사게 됐다.
더불어 기상청으로부터 AWS 관측자료를 받아 그 내용을 홈페이지상에 노출하는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의 관련 자료도 믿을 수 없는 자료가 됐다.
현재 기상청 스스로도 이들 지역에서 측정된 관측자료를 폭염특보 및 열대야 정보로 사용하지 않고 있을 정도다.
케이웨더 예보팀 관계자는 "기상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관측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확인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진 기상청 대변인실 사무관은 "서초구 등 일부 지역의 지역별상세관측자료는 에어컨 실외기 등 인위적 요소가 개입할 수 있어 정확한 측정값으로 볼 수 없다"며 "참고용으로 사용하는 것만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면 관측장소 확보가 가장 필요한데, 서울지역은 땅값도 비싸고 주변에 건물 등 장애물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며 "당장은 기상청 홈페이지상 지역별상세관측자료에 문제가 있는 관측자료에는 '별표(*)'를 했고, 추가로 '폭염특보 미운영 지점입니다. 참고로만 활용바랍니다'라는 별도 안내까지 하단부에 공지해 놓은 상태다"고 설명했다.서울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한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6.07.19 허란 기자 최근 5일간 서울지역 기초자치단체별 최고기온 평균 상위 3개 구의 3~7일 최고기온. 최근 5일간 서울지역 기초자치단체별 최고기온 평균 하위 3개 구의 3~7일 최고기온. 서초구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 과학관 옥상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와 주변 에어컨 실외기의 거리는 5m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최근 5일 동안 서울지역 기초자치단체별 최고기온 평균치. 그러나 이중 서초구, 양천구, 송파구, 용산구, 영등포구, 강서구의 수치는 신뢰할 수 없는 자료로 확인됐다. 지난달 22일 기상청 예보정책과에서 일부 언론사에 배포한 '열대야 운영 방안' 관련 자료. 일부 지점의 관측자료를 폭염특보 및 열대야 정보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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