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영화관 정치학…與·野 각각 다른 영화 '주목'

새누리, '인천상륙작전'으로 안보 정당 이미지 챙겨<br />
더민주·국민의당, '덕혜옹주'통해 위안부 문제 등 정부 비판<br />
변호인·국제시장·암살 등 이제는 익숙한 영화정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8 16:12:19

△ 영화관 찾은 정진석-임윤선

(서울=포커스뉴스) 여야가 연이은 불볕더위 속 영화관에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극장가 최고 흥행 시기가 여름 휴가철인 점을 감안해 여야 정치인들이 극장을 찾아 각자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앞서 '변호인', '국제시장' 등으로 영화정치를 펼쳤던 우리 정치권은 올여름에도 영화 관람을 통해 목소리를 냈고 있다.

새누리당은 한국전쟁의 전세 전환을 이끈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안보 문제에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일제 강점기 배경의 소설 원작 '덕혜옹주' 관람으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정부 비판을 강화했다.


◆새누리, '인천상륙작전' 통해 안보 정당 이미지 강화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함께 관람했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과 오정근·유병곤·임윤선·민세진 등 혁신비상대책위원들은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인천상륙작전하면 떠오르는 맥아더 장군 외에 작전의 성공을 위해 벌어졌던 첩보전을 다루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에는 이정재·이범수·리암 니슨 외에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아들로 알려진 고윤(본명 김종민)이 출연했다. 또 지상욱 대변인과 영화배우 심은하씨의 두 딸 지수빈, 지하윤양도 해군 첩보대원의 딸로 분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영화를 감상하고 나오면서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을 지킨 무명용사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영화"라며 "강추('강력히 추천한다'를 줄인 은어)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인천상륙작전 관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안보 이슈에 있어 보수 정당임을 내세우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다만,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기자·평론가는 이 영화를 평균 3.41점으로 평가한 반면 관람객은 8.57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영화 전문가들은 인천상륙작전의 '단순한 선악 구도의 캐릭터', '과도한 반공주의' 등을 지적했다. 일부 매체는 이런 전문가들의 평을 '좌편향 됐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중에는 전문가들의 평을 비난하며 "숨겨진 영웅들을 보여주는 영화",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영웅 분들 감사하다"라고 의견을 밝혔으나 , 또 다른 네티즌은 "70년대 반공영화와 대동소이하다"라고 평가했다.


◆더민주·국민의당, '덕혜옹주'로 위안부 문제 등 정부 비판

반면, 야당 지도부는 영화 '덕혜옹주' 관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덕혜옹주에 대한 평을 남겼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8일 서울 영등포 한 극장에서 단체로 영화를 감상할 예정이다.

덕혜옹주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영화화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비운의 삶을 살아온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손예진·박해일·윤제문·라미란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우 원내대표는 덕혜옹주에 대해 "위정자들이 제대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해서 식민지배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국민들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퍼지는 것이다. 작은 위기 조짐에도 긴장해 대처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라고 평가했다.

야당 지도부의 영화감상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정당화하고, 위안부 등 한일관계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영화관람은 일제 침략이 야기한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역사를 올바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인 화해·치유 재단에 대해선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재단의 설립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재단 설립은 결코 화해와 치유가 될 수 없다"고 일침했다.


◆변호인·국제시장·암살 등 이제는 익숙한 영화정치

우리 정치권에서 영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다.

201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그린 영화 '변호인'의 관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민주당 정치인들은 영화의 감상평을 남기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영화의 배경이 된 부림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해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부산지역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등 22명을 검찰이 영장 없이 체포해 고문하고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았던 사건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들을 위해 변호에 나섰고, 문 전 대표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또 다른 1000만 영화 '국제시장'은 여야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졌다. 여당 정치인들은 국제시장을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리는 영화'라고 칭송한 반면, 야당 정치인들은 '통일'을 강조했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한 남자 '덕수'의 인생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파독광부·베트남전쟁·이산가족상봉 등 우리 사회의 커다란 사건들을 훑어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친의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의열단을 모델로 한 영화 '암살'을 감상한 후 "내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을까 자문해 본다"며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정진석(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임윤선 혁신비대위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16.08.01 박동욱 기자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공식 포스터 '덕혜옹주' 포스터. 2016.08.03 조명현 기자 영화 '암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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