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에 속앓는 포스코·현대…“동남아로 확산 우려”

美·中·EU 등 타국에 반덤핑 관세 부과 잇달아<br />
수출 비중 높은 포스코·현대제철 속앓이<br />
동남아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시, 수출길 막힐 수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8 16:00:19

△ 산업의 미 #2 : 현대제철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정부가 국내산 열연강판에 최고 61%의 관세를 예고하면서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관세 폭탄의 배경에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 중인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상무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율을 최종 결정하고,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 3.89%, 상계 관세 57.04% 등 모두 60.93%의 관세 부과가 결정됐으며, 현대제철은 반덤핑 9.49%, 상계 3.89% 등 총 13.38%의 관세율이 확정됐다. 반덤핑관세는 상대국이 수출 가격을 내수용에 비해 낮게 책정할 경우, 상계관세는 정부 보조금을 받았을 경우 각각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9월~10월경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정을 거쳐서 확정되지만, ITC는 덤핑 등에 따른 피해 여부만을 판단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관세 폭탄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무역법원 항소와 WTO 제소 등의 법적인 조치를 통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향후 확정될 때까지 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관세폭탄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서 출발한다. 자동차용 강판과 강관 소재, 건축 자재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열연강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될 때 무관세가 적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대선을 앞둔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호무역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힐러리와 트럼프 양 후보 모두 FTA와 TPP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어, 차기 대통령 누가 되든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정권 교체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칠 때면 보호무역 정책 기조를 앞장세워 민심을 달래 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정권을 잡자마자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조치를 내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1년 만에 3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앞선 지난달에도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현대제철 38.2%, 포스코 64.7% 등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도금강판에도 현대제철 기준으로 49%의 관세율이 매겨졌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추세는 세계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미국은 철강재 공급과잉의 주범인 중국의 냉연강판에 대해 520%에 달하는 보복성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지난해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서 수출하는 전기강판에 반덤핑 판정을 내렸으며, 현재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또한 한국·일본·EU에서 수출하는 ‘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해 향후 5년 동안 37.3~46.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철강사가 난립하면서 지난 몇 년 간 전 세계적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했고, 중국은 저가 공세를 펼치며 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며 ”미국과 EU 등이 중국산에 대응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전방위적 조사가 이뤄지다보니 한국산까지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EU 등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출 물량의 22% 비중을 차지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이같은 추세가 확대된다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히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관세폭탄은 중국·일본산에도 동일하거나 더 크게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철강업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동남아로 번지게 된다면 또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우려했다.고온의 슬래브가 압연된 코일박스. 2015.09.01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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