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전기요금 때문에 …'집 탈출' 하는 사람들
시원한 카페·도서관·대형서점 등은 평일에도 북새통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5 15:49:59
△ 한강 바라보며 휴식 취하는 시민들
(서울=포커스뉴스) 전국 대부분의 지방이 연일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신음하는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세 탓에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시민들이 카페와 서점 등을 피서지로 삼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특히 자취하는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가중되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에어컨을 집에 모셔두고 집 밖으로 나와서 생활하는 등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 돈 없는 학생, 학교도서관·카페가 가장 좋은 피서지
자취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집에 에어컨이 있더라도 전기요금 탓에 도서관과 카페에서 하루 낮 시간 전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며 올 여름 최고기록을 경신한 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교 도서관과 근처 카페에는 책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대학도서관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4·여)씨는 "요즘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취집에 에어컨이 있지만 전기요금이 걱정돼 잘 틀지 않는다"며 "작년 여름에 멋모르고 에어컨을 계속 틀고 생활했다가 전기요금이 10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푸념했다.
이씨는 "정말 더울 때만 에어컨을 사용한다고 해도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전기요금은 학생에겐 부담"이라며 "공부도 해야하니 에어컨이 잘 나오는 학교 도서관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임모(31)씨는 집에 여름철 전기요금이 걱정돼 아예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임씨는 "올해 초 새집으로 이사했는데 처음부터 에어컨을 설치할 생각이 없었다"며 "전기요금보다 카페 가는 비용이 덜 들 것 같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시원한 곳에 있다가 오후에 뜨거워진 집으로 들어가는 일은 정말 고역"이라며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내 집에서 사는 것 같지 않다"고 씁쓸해했다.
◆ 공공도서관·대형 서점은 평일에도 북적
공공도서관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피서지중 하나다. 5일 오후 2시 35도에 육박한 날씨에 서울도서관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각각 자리를 잡고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두 아이들과 왔다는 용모(40·여)씨는 "더운 날씨에 이런 도서관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책도 읽고 시간을 보내는 피서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며 "집에 에어컨이 있지만 전기요금도 부담되고 무엇보다 아이들 건강이 걱정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서관 곳곳에선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찾아 볼 수 있었다. 권모(79)씨는 "공직을 은퇴한 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서울도서관에 매일 온다"며 "몇 년 전 전기요금도 비싸고 해서 집에 있던 에어컨을 없애버렸다. 더울 때 집보다는 도서관이 시원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대형서점 역시 더위를 피해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모(32)씨는 "취업 준비 관련 책도 사고 머리도 식힐 겸 왔다"며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있기에 눈치가 보이는데 서점은 조용하고 시원해서 피서 장소로 딱 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카페를 자주 가긴 하지만 한 번 책을 사러 나올 때면 하루 종일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으면서 더위를 피한다"고 말했다.2016.07.11 오장환 기자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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