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터널’ 하정우·오달수·배두나…결국은 ‘사람’ 이야기
'터널', 붕괴사고로 터널 속에 고립된 정수(하정우 분) 구조를 둘러싼 이야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4 17:27:49
△ still_01 (3).jpg
(서울=포커스뉴스)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영화 ‘터널’ 속에서 사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의 말머리다. 낯설지 않은 말이다. 말로는 참, 쉽게도 ‘또다시’라고 한다. 그래서 ‘또다시’ 재난 상황을 마주한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영화 ‘터널’은 이를 통해 현실을 꼬집는다.
‘터널’의 이야기는 간결하다. 정수(하정우 분)는 평소와 다를 것없이 집으로 향하는 길 위 터널로 들어간다. 그때, 터널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눈 뜬 정수는 붕괴된 터널 속이다. 주유소에서 받은 물 두 병, 딸의 생일을 위해 산 케이크가 그가 가진 전부다. 구조를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표면적인 이야기는 ‘붕괴된 터널에 갇힌 사람을 구조해야 한다’로 간단하다. 정수의 구조를 둘러싼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목적은 정수의 구조라고 하지만 장관은 언론에 내비칠 자기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고, 기자는 특종을 노린다.
구조대장(오달수 분)의 “방송이 중요합니까, 생명이 중요합니까”라는 외침이 허공에 울려 퍼진다.
어쨌든, 붕괴된 터널에 갇힌 정수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 구조를 외치는 대중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정수씨 구조를 위해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진다.
초반 관심은 뜨거웠으나, 구조 작업이 길어지는 것이 문제다. 정수의 구조를 외쳤던 언론은 인간의 생명 앞에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해 정수의 생존을 비관적으로 말한다. 정수의 구조보다 정수로 인한 손실이 이야기된다. 여론은 달라진다.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 분)은 초조하기만 하다. 다들 '죽었을거라'고들 이야기한다.
이렇게까지만 말하면 영화는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터널’ 상영관에서는 코미디 장르만큼의 웃음이 터졌다. 터널 속에서 선보이는 하정우의 원맨쇼 때문이다. 하정우가 자기도 모르게 툭 내뱉는 말, 남겨진 음식을 먹는 먹방 등은 관객의 긴장을 덜어준다.
참 신기한 영화다. 웃다보면, 울게 된다. 밖에서 정수의 구조를 기다리는 아내 세현 역의 배두나 때문이다. 그는 민낯을 영화 속에서 선보인다. 정수를 구조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돕는 세현은 지켜보는 이들을 참 먹먹하게도 한다. 감독은 세현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유독 핸드헬드(카메라를 직접 들고 촬영하는 방식)로 촬영해, 감정의 폭을 진하게 옮긴다.
또 울다 보면, 화가 난다. 변해가는 터널 밖 상황들이 답답하다. 관객은 정수의 생존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는 정수의 구조 때문에 비롯된 몇 백억 손실에 대한 좌담회 중심에 있다. 우리나라에 있던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을 연상케하기에 더욱 화가 난다.
초반에 사건·사고에 관심이 쏠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금세 관심은 멀어진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에 자꾸만 국가적 손실이 언급된다. 과거 “도롱뇽 하나 때문에” 터널 공사가 중지됐던 사례가 언급된다. 그 속에서 관객은 우리나라 현실과 자기 모습을 비쳐 생각하게 할 공간을 만든다.
‘끝까지 간다’(2013년)로 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되고, 각종 유수영화제에서 수상한 김성훈 감독의 의도가 담긴 부분이다. 그는 “‘터널’은 결국 생명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너무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진 터널에 고립된 정수를 통해 생명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작의를 설명했다.
‘터널’은 굉장히 독특한 영화다. 웃다보면 울게 되고, 울다보면 화가 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지 척 올리게 할 '한방'을 남겨둔다. 대한민국의 재난 상황과 닮아 있기에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투영해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대한민국에서 재난은 ‘또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10일 개봉. 126분. 12세이상 관람가.영화 '터널' 포스터. 영화 '터널' 스틸컷. 영화 '터널' 스틸컷. 영화 '터널' 스틸컷. 영화 '터널' 스틸컷.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