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전은 나의 힘" 박재인 안무가, '곡성·부산행' 좀비의 어머니가 되기까지

박재인 안무가, '부산행' 좀비 움직임 디자인한 무브먼트 컴포저<br />
"나홍진 감독이 공포의 세계로 초대…연상호 감독으로 좀비 입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4 16:37:07

△ [K-포토] 영화

(서울=포커스뉴스) 영화 '부산행' 속 좀비들의 움직임 뒤에는 한 여성이 있었다. 현장에는 "지금부터 달리는 거야. 준비하고!"라는 힘을 북돋는 외침이 이어졌다. '부산행'에서 좀비들의 무브먼트 컴포저를 맡은 박재인 안무가의 목소리였다.

박재인 안무가와 만난 날은 '부산행'이 800만 관객수를 향해가던 때였다. '부산행'의 흥행에 그 역시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제가 한 작품 중 천만을 바라보는 영화는 처음이니까요. 배우들 못지않게 모든 스태프도 극도의 흥분상태에 있지 않을까요. 서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식 공유도 하고 그렇죠"라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박재인 안무가가 참여한 영화는 '부산행'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고 연상호 감독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곡성'이 처음도 아니다. 그의 첫 참여영화는 '댄싱퀸'(2012년)이고, '국제시장'(2014년)으로 이어졌다. 두 작품에서 그는 음악에 맞춰 배우의 움직임을 디자인했다. '곡성' '부산행'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어느날 스튜디오로 나홍진 감독님이 직접 찾아왔어요. 제가 나홍진 감독님의 전작을 다 챙겨볼 정도로 팬이거든요. 공포물, 호러물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나 감독님 방문 자체가 너무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곡성' 제안을 하시며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30번도 더 읽은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이미지들이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레퍼런스를 찾아가며 '곡성' 작업을 시작했죠."


막상 시작한 '곡성' 여정은 쉽지 않았다. '곡성'에서 박재인 안무가는 종구(곽도원 분)의 딸 효진(김환희 분)과 외지인(구니무라 준 분)을 비롯해 괴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캐릭터들의 동작을 맡았다. 나홍진 감독은 준비과정을 철저히 하는 연출 스타일로 유명하다. 박재인 안무가는 표면적인 움직임 뿐 아니라, 그 움직임 속에 담고 있는 의미까지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공부해야 했다.

"'곡성'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기까지 '부산행'의 50배 정도는 레퍼런스를 찾아야 했던 것 같아요. 문헌도 찾아보고. 공부가 많이 됐죠. 결론적으로 '곡성'이 있어 '부산행'의 작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환희의 빙의 단계만 해도 이유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눠져 있거든요."

'부산행'에서 박재인 안무가는 '곡성'에서 숙지한 것들을 본격 펼쳤다. 연상호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속 소녀 로봇을 레퍼런스로 박재인 안무가에게 건넸다. 애니메이션 '서울역' 때부터 좀비에 대한 연구한 감독이니, 연상호 감독이 가진 좀비 이미지는 분명했다. 여기에 박재인 안무가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움직임을 덧붙여 생각했다.

박재인 안무가는 파킨슨병 환자의 재활을 돕는 일을 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봤던 과거를 떠올렸다.

"가슴 아플 수도 있지만, 자기 의지대로 잘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파킨슨병이거든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들의 움직임을 떠올린 거죠."


'곡성'과 '부산행'은 스케일부터 달랐다. 일단 좀비 역을 맡아줄 수많은 배우들의 오디션부터 진행됐다. 50명 정도는 작품 속에서 조연과 단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들로 꾸려졌다. 연상호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좀비 특공대"다. 추가로 약 50명 정도를 더해 100여 명의 좀비 군단이 모였다.

"이틀 정도에 걸쳐서 분리 작업을 했어요. 군인 좀비, 야구부 좀비, 단역들, 주요 배역을 무는 좀비들, 등산객 좀비 1·2 등, 캐릭터에 맞는 사람들을 뽑는 거죠. 거기서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좀비들, 창에 부딪힐 수 있는 배우들을 다시 세분화했어요. 총 준비기간은 3~4개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좀비 역의 배우들은 박재인 안무가의 손길을 통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명을 준 것이니 '한국 좀비의 어머니'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박재인 안무가는 "현장에서 전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라고 자신을 낮추며 배우들을 추켜 세웠다. 생동감 넘치는 것은 손 움직임까지 자신의 개성을 넣은 배우들의 활약 덕분이라는 그다.

"'부산행'의 후속 촬영이 진행됐어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나서 걱정이 없지 않았죠. 그런데 '몸 풀어, 가보자' 하니까, 그냥 알아서 움직이는 거예요. '아직도 기억하네, 기특한 놈들'이라고 생각했죠. 이들은 저를 만나서 잘 된 게 아니라, 어떤 안무가가 와서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좋은 분들을 만난 제가 행운이죠."

박재인 안무가는 '부산행'의 작업을 맞치고 계속되는 갈증을 느낀다. 그는 리듬체조 선수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생의 전부였던 선수 생활을 접고 재즈댄스에 입문했다. 가수 클론, 엄정화 등의 안무를 짜기도 했다.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수많은 변화의 시간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영화는 매번 장을 열 때마다 새로운 게 보여요. '댄싱퀸'으로 안무만 담당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홍진 감독이 공포의 세계로 초대했고, 연상호 감독이 좀비의 문을 열어줬죠. 영화 작업은 매번 저를 새롭게 만들어줘요. '작품은 배우들만 바꿔놓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저를 긴장하게 하고, 늙지 않게 하는 것 같아요."

"도전은 나의 힘"이라고 말하는 박재인 안무가에게 '곡성'과 '부산행'은 또 다른 '시작'이다. "더 공포·호러물이 많이 나와 저를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가 '링'이에요. TV에서 나오는 귀신을 정말 싫어해요. '왜 쟤는 저렇게 밖에 못 나와?'라는 마음이죠. 그로테스크하고 아름다운 귀신 영화.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입니다."(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브스튜디오에서 영화 '부산행'의 박재인 안무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1 김유근 기자 종구(곽도원 분)와 딸 효진(김환희 분)의 영화 '곡성' 스틸컷. 영화 '부산행' 촬영 현장 모습. 영화 '부산행'에서 박재인 안무가와 함께한 좀비 역을 맡은 배우들. (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브스튜디오에서 영화 '부산행'의 박재인 안무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1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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