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출동 급증…어느 특전사 출신 소방관의 여름
구급·싱크홀 출동 여름철 특히 증가 <br />
자체적으로 기능성 내의 착용해 무더위 피하기도<br />
화재현장 탈진 막는 '재난현장 회복차'는 전국에 1대 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8-04 08:36:46
△ 현장활동 (30).JPG
(서울=포커스뉴스) 김경로(43·가명) 소방장은 몇 년 전 여름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주말 저녁 주택 화재 진압 도중 갑자기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소방장은 당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내내 뙤약볕 아래에서 수상구조대 근무를 하고 저녁에는 화재 진압까지 출동하다 결국 탈진 증상을 보였다.
특전사 출신으로 평소 체력에 자신 있던 김 소방장도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김 소방장처럼 소방대원들은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도 화재는 물론 구조, 구급 현장을 뛰어다녀야 한다.
특히 화재 진압 시 두꺼운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모두 착용하면 20㎏에 달한다. 이 상태에서 소방대원들은 엄청난 소방용 특수호스의 강한 수압을 견뎌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구조 작업을 펼쳐야 한다.
지난 2013년 8월 경남 김해에선 무더운 날씨에 방화복을 입고 장시간 화재진압을 하던 소방 대원이 끝내 숨지는 일도 있었다.
여름철 무더위 속, 소방대원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 늘어나는 여름철 출동은 또 다른 고통
무더위 속 여름철 출동 증가로 소방대원들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다.
노원소방서의 안병철 소방교는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구급 출동이 많다"며 "야외 활동이 늘어나다보니 술을 마시고 구급 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습적으로 신고하는 분들도 적지 않아 구급 대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집중호우로 발생하는 싱크홀 역시 여름철 소방대원들을 쉬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싱크홀 신고가 들어오면 대원들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2차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도로 함몰 3328건 중 1334건이 6∼8월에 집중됐다. 싱크홀 전체의 40%가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이다.
소방대원 A씨는 "비가 내리는 날은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날이지만 결국 출동이 늘어나는 것"이라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무더운 날보다는 비오는 날이 그나마 낫다. 또 싱크홀은 자칫하면 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출동하는 건 당연하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 '각자도생' 소방대원…탈진 막는 '회복 버스'는 전국 달랑 1대
무더위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방대원들은 스스로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조대는 구조 버스 안에 별도의 냉장고를 설치해 오전 교대 시 얼음물 등을 비치해놓고 한여름 출동에 대비하고 있다. 현장 지휘차에도 아이스박스를 준비해 물과 얼음물을 채워놓았다.
소방대원 B씨는 "대원들이 자체적으로 몸의 온도를 낮춰주는 기능성 의류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얇은 방화복으로 개선한다고 했는데 방화복 자체 가격이 비싸 어려움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소방본부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서울소방본부는 화재 진화 중 체력이 떨어진 소방대원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재난현장 회복차'를 도봉소방서에 배치 운영 중이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회복차엔 식탁과 냉온수기, 냉장고 등이 설치돼 있다. 또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특히 회복차는 여름철 현장에서 무더위에 지친 소방대원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봉소방서의 고경환 소방교는 "에어컨 나오고 얼음물도 있어 무더위에서 대원들이 교대하고 쉴 수 있어 탈진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며 "폭염구급대에서 사용하는 얼음 조끼도 비치돼 있어 방화복을 벗고 착용하면 훨씬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소방교는 "큰 화재가 발생하면 출동을 나가고 있다"며 "관내 뿐 아니라 다른 관할에서도 요청이 있거나 훈련이 있을 때도 지원을 나간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도봉소방서에 있는 차량이 전국을 통틀어 유일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무더위로 인한 탈진을 막기 위해 회복차를 만든 건 아니지만 여름철 현장 대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회복차를 추가 배치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2016.07.20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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