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포토] 인텨뷰 하는 연상호 감독
*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포커스뉴스) 공유도, 정유미도, 최우식도 연상호 감독과의 첫 만남 후 '부산행'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묻자, 세 배우는 모두 "별 이야기는 안 했던 것 같은데요"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이다. 전작은 모두 애니메이션 작품이었다. 배우들이 선뜻 출연을 결정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심지어 소재는 좀비,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소재다. 탑승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를 찾아보면 많다.
하지만 결국 '부산행'은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등을 성공적으로 탑승시켰다. 그 중심에는 연상호 감독이 있었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등 첫 실사영화에 출연배우들의 이름이 화려하다. 그중 공유, 정유미, 최우식은 감독님과의 첫 만남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더라. 비결이 있나.
▲"별 얘기 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게 잘 모르겠어요. 진지한 이야기는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헛소리를 많이 하고, 사람이 좀 가볍고 그렇거든요. 배우들이 그런 저를 뭘 보고 믿어줬는지 모르겠어요. 성향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성향이 잘 맞았던 것은 촬영 현장에서도 그랬나 보다. '부산행'은 정말 밤에 찍어야 하는 장면 외에는 밤샘촬영이 없었다고 들었다.
▲"촬영 현장에는 현장 편집본(촬영한 장면을 이야기 순서대로 붙여놓는 작업)이 있어요. 그것을 토대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결정하는 거였어요. 사실 제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서 그런지, 예비 컷이라는 개념이 없기도 해요. 예비로 찍는다는 개념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부산행'이 빠른 속도감을 가진 영화라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있고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마다 회의했어요. '오늘 찍을 분량은 어디까지고, 확실히 등장해야 하는 부분은 이렇다'라고요. 연기는 배우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하는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흐름 외에 얘기한 게 많지는 않았어요."
-처음 '부산행' 이미지를 접하고, 당연히 공유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동석, 정유미, 최우식 등 배우들의 비중이 비슷하더라. 그리고 각각 말하고자 하는 감정도 분명히 전달된다.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펼쳐놓는 작업이 어려운데 말이다.
▲"초반에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려고 했어요. 그게 사실 좀더 쉽잖아요. 드라마를 강하게 가져가기도 그렇고요. 그런데 군중극 형태로 가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 의견이 받아들여져, 몇몇 설정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공유 씨가 제일 결정을 잘 해준 거죠. 주연으로서 돋보이는 무언가를 가져가려 하지 않고, 군중극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을 존중해줬어요. 자기만 돋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초반부터 없더라고요. 고마웠죠."
-마동석과 정유미를 부부로 설정한 것이 신선했다. '도가니'(2011년)에서 공유와 정유미가 함께 등장했었기 때문에 정유미는 당연히 공유의 파트너일 거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사실 연상연하 커플이었어요. 그런데 마동석 선배를 캐스팅하고 보니, 그를 휘어잡을 수 있는 여성은 누구일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1994년)이 떠올랐어요. 브루스 윌리스의 연인으로 귀여운 여배우(마리아 드 메데이로스)가 등장하는데, 그 케미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정유미라는 배우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배우가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와, 됐다' 싶더라고요."
-'부산행' 촬영 중 추가된 장면도, 없어진 장면도 있다. 좀비로 변한 마동석을 바라보는 정유미의 모습은 빠졌고, 최우식과 안소희의 마지막을 좀더 길게 보여주는 것은 추가된 장면이라고 들었다.
▲"마동석 선배가 좀비 분장을 하고 나타난다는 게, 연출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했는데, 막상 보여주려니 관객의 감정이 깨질까 위험해 보이더라고요. 최우식과 안소희의 장면이 추가된 이유는 뉘앙스의 문제였어요. 두 사람은 10대의 철없고,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거든요. 하지만 두 사람의 끝에는 감정이 더 실리길 바랐어요. 그 장면은 딱, 촬영 당일에 결정했어요."
-마동석은 맨 앞에서 맨주먹으로 싸우고, 공유는 전투경찰의 방패를, 최우식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좀비들에 맞선다. 이유가 있나.
▲"무술감독이 컨셉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어요. 사실 후보들이 몇 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간이 기차 안인 만큼, 동선을 너무 가리는 것들은 탈락했고요. 무기가 일종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동석 선배는 원래 비상용 망치를 주먹에 끼고 싸웠었어요. 그런데 마동석 선배가 맨주먹이 나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공유는 원래 곤봉같은 무기였어요. 그런데 최우식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싸우는데, 이미지가 겹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방패로 바뀌게 됐어요."
-첫 실사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그리고 천만 감독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산행'과 '서울역' 상영 후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사실 지금의 흥행속도가 실감이 안 나요. 좀 정신없기는 한데요. 담담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사실 숫자 자체에서 실감이 안 나서.(웃음) 아마 다음 작품도 실사영화를 할 것 같아요. 한 편 더 실사영화를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부산행' 촬영 현장 모습. '부산행'에서 부부로 등장하는 정유미(왼쪽)와 마동석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컷. 마동석, 공유, 최우식(왼쪽부터)의 영화 '부산행' 스틸컷. (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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