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치매 부모 살해…"간병 스트레스 관리해야"
최근 치매 부모 살인, 오랜 시간 쌓인 스트레스 영향<br />
전문가들 "간병 자식들 정신적 힐링 절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7-18 14:55:45
△ 생명 연장
(서울=포커스뉴스) 최근 자식이 치매에 걸린 부모를 폭행해 숨지게 만드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면서 오랜 시간 간병을 해온 자식들의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오랜 간병에 따른 스트레스 탓에 범행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2일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송모(51)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어머니 우모(79) 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얼굴과 몸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가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존속상해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경기도에서도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박모(60)씨는 술에 취한 아버지를 돌로 때려 숨지게 만들었다.
당시 박씨는 어머니 이모씨에게 가재도구 던지며 행패를 부리던 중 아버지 박모씨가 이를 나무라자 거실 화분에 있던 차돌로 내려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4월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박씨가 반성을 하고 있고 치매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를 수년간 모시면서 가장 역할을 해오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박씨와 검찰은 각각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 4부(재판장 최재형)는15일 "박씨의 나이와 가족관계, 범행 후 정황,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권고형량 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며 기각했다.
이처럼 치매에 걸린 부모를 살해하는 자식들의 상당수 공통점은 오랜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돼 있다가 한 순간에 폭발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최인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노년기 가족돌봄의 위기와 지원방안 연구'보고서는 "생활고와 축적된 부양 부담으로 간병인이 요양노인과 함께 자살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선 두 경우처럼 노년기 간병 살인은 치매 부모를 모셔야 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한 남성에 의해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간병인 스트레스 관리 필요 절실
박영주 우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역시 관련 사건에 대해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자식의 스트레스가 누적돼 오다 한순간 폭발해 발생한 것"이라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 순간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문제까지 겹치면 자기도 모르게 치매에 걸린 부모에게 화풀이를 하게 된다"며 "간병하는 자식들의 스트레스를 틈틈이 해소해야 순간적인 분노가 사그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박 교수는 "시기마다 다르지만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사람의 3분의 2가 나중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스트레스 탓에 결국 치매가 치매를 낳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자식 스스로 치매에 걸린 부모와 '심리적인 이별'도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박 교수는 "치매에 걸린 부모를 요양 병원에 입원시키고 싶어도 일종의 분리불안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스트레스가 쌓여 자신도 모르게 학대의 주범이 되기 전에 부모와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경제적 이유 때문에 병원 입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며 "치매 걸린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의 정신적 힐링이 더욱 절실한 이유"라고 강조했다.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 2016.04.0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016.01.06 남병희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