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태' 정명훈 전 감독 검찰 출석…"진실 밝혀질 때 됐다"
9시 45분 고소인 겸 피고소인 신분으로 중앙지검 출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7-14 10:15:40
△ 정명훈 검찰 출석
(서울=포커스뉴스) 박현정(54)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정명훈(63)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14일 오전 10시 정 전 감독을 피고소인 겸 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 전 감독은 "할 말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서울시향 직원 중 여러 명이 고통을 받았다"며 "27명 직원 중 17명의 직원이 그러해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할 수 없이 도와주는 뜻으로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감독은 또 "17명이 다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엉뚱한 소리"라며 "법적으로 할 수 밖에 없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온 것이다. 진실만 밝히면 된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정 전 감독은 이날 오전 9시48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했다. 몰려든 취재진의 모습을 본 정 전 감독은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별다른 답변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앞서 12일 정 전 감독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은 정 전 감독이 검찰 조사를 위해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평 측은 "정 전 감독은 지난 5월 자진해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마음먹고 검찰과 조사 일정을 조율했지만 당시는 서울시향 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 정 전 감독에 대한 조사를 할 시기가 아니었다"며 "이후 6월부터 7월 초까지 정 전 감독이 미리 약속된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극장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 공연 일정으로 입국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가장 빠른 시기로 검찰과 조사 시기를 조율한 결과 14일 조사 일정에 합의해 이번에 귀국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평 측은 "정 전 감독은 본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도를 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재산처분 후 해외 도피'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정 전 감독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보도들이 있어 해당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감독은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근거없는 비방과 허위사실에 대해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 전 감독은 "이번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사건이 하루 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며 "8월부터 시작되는 여러 연주를 위해 다시 귀국할 때는 좋은 연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박 전 대표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한 정 전 감독을 14일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한 바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 제기 움직임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전 감독의 부인 구모(68)씨에게도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박 전 대표를 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이 과거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모욕을 당한 것을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 재계약 무산으로 시향을 떠날 당시 직원들에게 남긴 편지도 문제가 됐다.
정 전 감독은 ‘(박현정) 전임대표에 의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존엄한 존재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 직원 17명’ 등 표현을 사용해 시향 직원들의 음해성 투서가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다.
결국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폭언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로 불린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에 시작됐다.
그해 12월 2일 서울시향 직원 10여명은 박 전 대표에게 상습적인 성희롱과 폭언을 당했다며 호소문을 발표하고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달 23일 서울시는 조사 결과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폭언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시향 직원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박 전 대표를 고소했다.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 전 대표는 29일 대표직을 사임하고 시향을 떠났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서울시향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조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를 주장했던 곽모씨가 경찰수사 직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같은해 8월 경찰은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11월에는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감독의 부인인 구씨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 전 감독도 지난해 말 10년만에 서울시향 예술감독직을 내려놓게 됐다.
의혹을 제기했던 시향 직원을 상대로 조사에 돌입했던 경찰은 지난 3일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 모두가 거짓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정 전 감독의 부인 구씨가 개입한 의혹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씨는 최근 서울시향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 결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검찰 조사를 위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6.07.14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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