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제거 가능 '전자발찌' 실효성 논란…법무부 관리 '시험대'
성범죄자 전자발찌 훼손 '연례행사'<br />
훼손은 '식은 죽 먹기'…"근본 대책 마련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21 10:30:55
△ [썸네일] 변사체발견_폴리스라인2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17일 오후 9시 37분쯤 특수강도강간 전과자 김모(36)씨는 렌터카를 타고 서울 서초나들목 부근을 지나면서 발목에 족쇄처럼 붙어 있던 전자발찌를 떼어내 창문 밖으로 던졌다. 지난밤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뒤였다.
김씨는 앞서 특수강도강간죄를 저질러 10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출소했다. 출소 직전 2025년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법원에서 받았다.
김씨는 18일 오후 대전 노상에서 60대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는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려다 검거됐다. 김씨의 살인범행은 19일 경찰이 김씨가 수회 방문한 강남구 모 아파트를 탐문하다 사망한 A씨를 발견하고 나서야 인지됐다. 경찰이 추궁하자 A씨는 그제야 살인 범행을 실토했다. 이틀 동안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었고 김씨는 한동안 유유자적 도심을 활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6일 강남구 모 아파트에서 A(60·여)씨를 숨지게 한 후 도주한 김씨를 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2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 끊이지 않는 성범죄자 전자발찌 훼손
2008년 도입된 전자발찌 위치추적시스템은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출소 후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이들의 행적을 감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발목에 차는 부착장치와 휴대용 위치추적장치, 재택감독장치 등 3개로 구성돼 있으며 전자발찌 부착대상자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부착장치와 함께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재범 예방'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달리 전자발찌 도입 이후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착용자들의 전자발찌 훼손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가 20일 공개한 '전자장치 훼손 등 사고 발생률, 제도 시행 이후 통계치'에 따르면 매년 십여건의 전자발찌 훼손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08부터 지난해까지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70건에 이른다.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끊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장치의 재질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경찰은 2012년 전자발찌 스트랩 부분에 스테인리스 부품을 삽입하고 무게 중량도 늘려 쉽게 절단되지 못하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는 전자발찌 도입 이후 5차례나 손 본 결과다.
법무부는 '훼손사례가 많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감독 대상자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훼손률을 0.5%미만으로 억제하고 있다"면서 "외국과 대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0%,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 호주의 퀸즐랜드주는 3.2%다.
이번 김씨의 범행과 관련해서는 "살인 범죄와 전자발찌 훼손의 문제는 별개로 구분해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가중되고 모양새다.
지난 1월 특수강간죄로 징역10년을 살다 나온 나모(37)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경찰은 넉 달 넘게 나씨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성폭력 전과가 있는 오모(45)씨가 경기 부천역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가 6일 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 훼손은 '식은 죽 먹기'…"근본 대책 마련해야"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는 전담인력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자발찌 착용대상은 3000명이 넘었지만 전담인력은 100여명을 겨우 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도입 당시 205명이었던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2016년 5월 기준 3055명이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성범죄자다. 그러나 전자발찌 관리 전담인력은 최초 48명에서 현재 119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전국 대상자의 60%를 담당하는 서울보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는 관제요원 20명이 4팀으로 나눠 5명씩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직원 1명당 대상자 360여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관제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는 하루 평균 8000건의 경보가 울리고 관련 통화만 해도 70회 이상이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전자발찌의 실질적인 관리는 전적으로 착용자에게 달려 있어 훼손 사건이 잦아들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위치추적대전관제센터 관계자는 "일반 가위는 무리가 있지만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끊어질 수 있다"며 "착용자가 임의대로 전자발찌를 끊어내고 도주해버리면 관제센터에 접수는 되지만 위치추적도 끊기기 때문에 담당 경찰이 당장 범인을 검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착용자가 일부러 충전을 안 해 관제센터에서 위치 파악을 어렵게 하거나 임의의 방법으로 장미를 망가뜨려 오작동 하게 만드는 '장치 효용유지 의무 위반' 사례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자발찌 훼손방지를 위해 부품 크기와 강도를 강하게 하는 등 절단저항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절단이 절대 불가능한 재질 개발이 어려운 점, 대상자가 언제든지 공업용 공구를 구할 수 있는 점, 부가적으로 전자발찌를 장기간 부착하고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부착자의 착용감 등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범죄욕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자체의 무게나 조임 강도 등을 개선해 절단이 어렵게 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의 범죄 욕구를 억제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면서 "이들의 왜곡된 성적 욕구를 교정·치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왼쪽부터 전자발찌, 휴대용 위치추적장치, 재택감독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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