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고개 숙인 '사과' 안철수…언제·왜·무슨 일로?

'역사관' '구태 정치' 등 구설 오를 때마다 고개 숙여<br />
"사과도 책임 지는 것" vs "정치 현안 접근법에 문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20 16:22:11

△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국민의당 빨간 불

(서울=포커스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0일 김수민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이번 일로 걱정을 끼쳐 드린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사과는 비단 이번 리베이트 의혹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로 안 대표는 역사관 논란이 증폭될 때, '새정치'를 외치는 입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지적이 일 때마다 자세를 낮췄다.


◆ 거듭되는 논란 '역사관'

안 대표는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역사관으로 크게 두 번 곤욕을 치렀다.

첫 번째 사과는 2014년에 나왔다.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안 대표가 민주당과의 통합신당을 추진하면서 당의 정강정책에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삭제하려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당시 새정치연합 측은 민주당 쪽에 전달한 정강정책에 정치적 사건을 빼고 이를 "과거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 재야 시민단체를 사이에선 역사관을 문제삼았다.

논란이 증폭되자 결국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후 김한길 당시 공동대표와 함께 광주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그는 4·19와 5·18 삭제 요청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동지 여러분께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다"고 공식 사과했다.

두 번째 사과는 올해 초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나왔다. 한상진 당시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자리에서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 평가한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 칭한 데서 안 대표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됐다.

한 전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론 발언은 건국절 논쟁을 둘러싼 좌와 우의 대립을 아우르겠다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지만, 외려 진보 진영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한 전 위원장은 4·19 유가족 등 관련 단체를 예방해 사과했다. 안 대표도 당의 '얼굴'로서 한 전 위원장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 '새정치'라면서 '구태정치 답습' 논란

국민의당은 창당 때부터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 양당 담합구조'라며 매섭게 몰아세웠다. 기존 정치와는 다른 '새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각종 구설수에 휩싸였고 그때마다 '새정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첫번째 사례는 안 대표의 이희호 여사 신년인사 녹취 사건이다.

지난 1월4일 안 대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 여사를 예방하면서 나눈 비공개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이 여사 면담 직후 안 대표 측은 "이 여사가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면담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월간중앙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안 대표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이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만 답했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안 대표 측이 대화를 녹음했다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됐다. 안 대표는 "(대화 녹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큰 결례를 저질렀다"며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공식 사과했다.

면담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몰고 간 것도 작지 않은 문제였다. 안 대표는 이 여사의 발언을 과장해 해석한 데 대해선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자리를 피했고, 관계자가 대신 나서 "해석과 판단은 각각 달리,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만 답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일각에선 안 대표 측이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구태'를 답습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안 대표 측이 이 여사의 발언을 과장 해석한 것은 호남의 표심을 의식한 왜곡행위라는 것이다.

안 대표의 '새정치'는 그가 지난 2012년 대선 주자로서 본격 검증의 시험대에 올라섰을 때도 종종 위기에 처하곤 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그해 9월, 부인 이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다운계약서 의혹에 안 대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 반복되는 사과…악재일까 호재일까

정치인의 사과는 제대로 된 사과이기만 하면 지지자들에게 진정성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반면 사과란 어쨌든 '잘못'이 있어야 나오는 것인 만큼 결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 대표는 타 정치인들에 비해 확실히 사과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위에서 언급된 경우 외에도 안 대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자당의 권은희 의원이 '대통령 저격' 포스터로 새누리당의 공분을 샀을 때, '야권 통합'으로 당의 내부 갈등을 고스란히 노출했을 때에도 크고 작은 사과를 했다.

이번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10일에 이어 20일,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나 고개를 숙였다. 안 대표의 이같은 사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혹은 외려 '역풍'을 몰고 올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커스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반 정치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기기만 하는데 안 대표가 그렇게 (사과를 하고) 나온 건 일반 정치인과 다른 모습"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번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그게 사실 (안 대표) 본인이 잘못한 건 아니"라며 "물론 사과할 일을 안 만드는 게 제일 좋겠지만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생겼으면 사과를 하는 게 정상"이라고 봤다.

일각에서 터져나온 '당 대표 책임론'에 대해선 "그건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얘기"라며 "일단 책임을 지는 과정 중 하나가 사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계완 시사평론가는 <포커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반복된 사과에 대해 "안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특히 차기 대권 주자로서 중요한 정치적 현안에 접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문제가 터졌을 때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처리해나가는, 노련한 정치인으로서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번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선 "출발은 검찰이 아닌 중앙선관위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고발이었다"라며 "검찰수사에 대해 국민이 이렇다 저렇다 할 게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의당 지도부와 국민 정서 사이엔 온도차가 있음을 지적했다.

전 평론가는 그러면서 "왕주현 사무부총장이나 박선숙 의원이 (리베이트) 지시를 했는가, 업자가 지시를 받고 이행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집어서 안 대표 주도로 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두 번째 사과에 대해선 "당 대표로서 사실관계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시기도 늦었고, 사과 내용도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만한 수준이 안 됐다"고 혹평했다.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2016.06.13 박동욱 기자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4·19 관련단체 면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만 국부 발언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2016.01.19 박동욱 기자 안철수 의원이 4일 서울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16.01.04 강진형 기자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5.02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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