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처음 '채식주의자' 읽었을 때 굉장한 작품이라고 느껴"
15일 오후 한국서 첫 공식 기자회견 가져<br />
오는 19일 한국문학세계화포럼 참석 예정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15 17:59:12
△ 기자회견하는 데보라 스미스
(서울=포커스뉴스) "처음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굉장히 탁월한 작품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미지가 매우 강렬했습니다. 번역가로서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수상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데보라 스미스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이벤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번역한 '채식주의자'에 대해 "처음 읽었을 때 이미지가 매우 강렬했다. 어떤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데보라 스미스는 기자회견 때 영어로 말했다. 한국어 독해는 가능하지만 아직 말이 서툴다는 후문이다.
특히 영국에 없는 개념인 '연작소설'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3명의 화자의 목소리로 서술되는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번역가로서도 매력적인 부분이었고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보면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내러티브가 있고 이 줄거리가 독자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또 각각의 단편들은 시각적으로 아주 강렬하게 독자의 기억에 남는다"면서 "세 개의 단편이 서로 굉장히 다른데 채식주의자에서 뽑아낼 수 있었던 정신은 '애틋함' 그리고 '공포'의 이미지였다. 그 두 가지가 작품 전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주 잘 관리되고 통제된 언어도 인상적이었다. 잘 관리되고 통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심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은 문체였다. 이 두 가지에 주의를 기울여서 번역을 했다. 이러한 작품의 정신을 어떻게 다른 언어로 번역을 해내느냐,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다른 언어로 재현해내느냐에 대해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발간된 지 9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국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데보라 스미스는 수상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조금 이름이 알려진 것 같지만 영국에서는 전혀 유명하지 않다. 수상 직후에는 이메일이나 연락이 여기저기서 많이 왔다. 며칠 간 시끌벅적하다가 다시 평상시로 돌아왔다. 여전히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이 자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사실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적이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는 "번역은 문장 단위로 글을 쓰게 된다. 전체적인 플롯이라던가 인물, 배경에 대해 구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번역가로서는 다행이다"면서 "번역가들은 '작가의 장벽'이 없다. 작가가 글을 쓰다가 막히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 번역가의 장점이다. 번역 작업 같은 경우는 2~10시간 정도 작업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지금까지 한강 작가와 배수아 작가의 작품을 주로 번역해왔다. 두 작가의 작품 모두 번역하기 까다롭다는 점이 데보라 스미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까다로운 번역을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즐거움"이라며 "줄거리나 인물, 배경 등 어느 정도 고정이 되어 있어서 번역가가 그것을 다른 언어로 재현해내기만 하면 되는 작품보다는 문체, 스타일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 더 흥미로운 것을 독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문장이 있는 작품을 번역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현재 배수아 작가의 소설 두 권의 번역을 마친 상태이며 오는 10월과 내년 1월에 출판될 예정이다.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 외에도 영어가 아닌 언어로 된 작품을 출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해외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권 현대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 영국 런던에 출판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작품을 번역한다면 배트남어를 배우고 싶다. 베트남 문학의 위치가 한국 문학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번역된 작품들이 별로 없고 인지도가 낮아서 번역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나라, 어떤 문화권이든 훌륭한 작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문화권을 발굴해서 번역해서 해외에 소개하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6년 전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 3년 만인 2013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 작업을 완성했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습득하기에도 빠듯한 3년 이라는 시간내에 소설 번역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체적인 목표'와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작품들을 읽고 싶고 번역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한국문학 작품을 읽게 되고 더 좋은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더 빨리 익힐 수 있었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동기부여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데보라 스미스는 오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책만남관1에서 열리는 '2016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해 한국문학 세계화와 그 현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서울=포커스뉴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6.15 김인철 기자 (런던/영국=게티/포커스뉴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오른쪽)이 5월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수상작의 번역가인 드보라 스미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5.1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서울=포커스뉴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가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6.15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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