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제철, 당진 2·3고로에도 생산차질 있었다
1고로 문제 당시, 2·3고로도 80%만 가동…동일한 문제로 추정<br />
문제 원인 발견 못해…일각 ‘고로 철거’ 가능성도 제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13 16: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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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용광로)가 생산차질을 겪고 있는 가운데 2·3고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업계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는 지난달 12일부터 내부 온도가 1500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내려가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쇳물이 제대로 녹지 않아 출선구가 막히는 등 한달 째 생산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당진제철소에 있는 2·3고로 역시 동일한 설비·설계로 지어졌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1고로가 이상증세를 보였던 시점에 2·3고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 가동률을 낮추는 등의 생산차질이 있었던 사실이 <포커스뉴스>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당진제철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복수의 근로자에 따르면 “당진제철소 1고로 문제가 터질 때, 2·3고로도 온도가 내려가는 문제가 발견돼 1~2일 정도 가동률을 80%로 낮추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며 “2·3고로는 1고로만큼 문제가 크지 않았는지 며칠만에 정상가동률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의 반박과 달리 당진제철소 내의 현장 근로자들은 2·3 고로에도 1고로와 동일하게 온도가 유지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셈이다. 하지만 2·3고로의 문제는 1고로만큼 심각하지는 않아 현재는 정상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1고로의 출선량이 10%로 줄어들어 생산차질이 심각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2·3고로까지 80%로 줄일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점검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현재는 100%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1고로의 생산차질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현장 근무자는 “고로 온도 문제는 아직 정확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라인에서는 내화벽 설계 문제나, 원료 원가 절감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당진제철소의 1~3고로 내화물 공급과 축조는 내화물 전문시공업체인 ‘한국내화’가 담당했다.
1고로에서 일하는 상당수의 직원들은 문제 발생 직후 약 5일간 생산 라인에 투입되지 못했고, 현재는 생산량을 줄인 채 업무에 투입된 상황이다. 1고로는 총 4개의 출선구를 가지고 있으며, 쇳물이 굳으면서 1개의 출선구가 막혔다. 현대제철 측은 모든 출선구를 다 열지 않고 조절하면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문제 발생 이후 우선 쇳물 생산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긴급조치에 들어갔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고로 내 압력과 가스흐름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원인이 다양해 복구가 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약 한달간의 생산 차질로 빚어진 손해량은 20만~30만톤가량으로 예상된다.
회사측 관계자는 "열풍구를 열어 고로 내부 온도를 끌어올리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생산량을 20%까지 늘리는 등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수명이 다하지 않은 고로가 온도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고로는 10~15년 사이에 대보수를 거치게 되고 최근에는 고로의 수명이 15년 이상으로 늘었다”며 “6년밖에 되지 않은 고로가 큰 문제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쇳물이 제대로 녹지 않아서 고로 안에서 완전히 굳어버리면, 응고된 쇳덩이들을 녹일 방법이 없다. 결국 고로를 사용할 수 없어 철거해야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제철도 이를 우려해 가동을 멈추지 않고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업계 관계자 역시 “정확한 1고로의 상황은 모르지만, 만약 고로에 쇳덩이들이 엄청나게 굳어있다면, 고로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2·3고로에서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1~3고로를 전면 가동 중단하고 종합점검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제선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원료를 외부에서 조달해야하기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제선, 제강, 압연 등 철강을 생산하기 위한 모든 설비를 갖춘 ‘일관제철소’라는 위상에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현재 국내에 일관제철소를 보유한 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유일하다.2010년 11월 현대제철 당진 2고로 화입식 현장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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