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테러 교수' 살인미수 혐의 '무죄'…파기환송심도 징역 8년
법원 "위험한 물건인 황산으로 범죄…살인의도까지는 없어"<br />
살인미수 '무죄',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입힌 것은 '유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12 09:40:29
△ [그래픽] 법원, 의사봉, 법봉, 법정
(서울=포커스뉴스) 검찰청 형사조정실에서 조교인 학생에게 황산을 뿌려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 서모(41)씨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씨에게 폭처법상 집단‧흉기등상해죄를 적용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낸 이유가 '살인미수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고 '신법 적용을 다시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유지됐다.
재판부는 "서씨가 염산이 없어 황산을 구입했고 염산이 구해지면 연락을 달라며 전화번호도 남겼다. 범행 직전에 황산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기사검색도 했다"면서도 "황산을 뿌리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인식했다고는 완전하게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교수 신분으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검찰청에서 피해자에게 황산을 끼얹어 중한 피해를 입혔다. 피해자는 이미 수차례 수술을 받았고 앞으로도 여러 번 수술을 해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서 "파기환송 전 선고 형량인 징역 8년이 적정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서씨는 2014년 12월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404호 형사조정실에서 자신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조교 강모(21·대학생)씨와 형사조정 절차를 밟던 중 황산 543㎖를 강씨에게 뿌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과정에서 함께 있던 강씨 부모와 형사조정위원, 법률자문위원 등 4명에게 전치 2~6주 이상의 2~3도 화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그는 대학 재임용 심사에 탈락한 이유가 강씨와 업무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학교에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앙심을 품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검찰청은 병원이 다소 가까워 다치더라도 죽지 않을 것 같았다"며 "살해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서씨가 인터넷에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과 살인 관련 자료를 검색한 기록 등을 증거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흡입하지 않으면 사망 우려가 적은 황산을 사용한 점 등에 비춰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를 유죄로 인정,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서씨는 항소심에서 크게 감형됐다.
2심은 "서씨가 구체적으로 준비해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면서도 "살인까지 계획했다고 하기에는 의심스럽다"고 봤다.
그러면서 "1심이 살인 기수 정도의 형을 선고했지만 이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서씨의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판단이 미뤄졌다. 대법원은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형량과 관련된 법 조항을 다시 적용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서씨에게 적용된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해당 조항이 지난 1월 6일 삭제됐고 형법 258조의 2 제1항이 신설됐기 때문에 관련 법 조항을 다시 적용하도록 했다.
구 폭처법 조항은 위험한 물건으로 죄를 범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형량의 하한을 3년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개별 범죄의 경위, 구체적인 내용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징역 3년 이상으로 처벌하도록 해 형벌 규정이 과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신설된 형법은 위험한 물건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면서 그 하한을 징역 1년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험한 물건인 황산을 휴대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행위는 구 폭력행위처벌법 규정에 의해 가중처벌 할 수 없고 신법인 형법 제258조의2 제 1항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심이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피해 학생을 살해하고자 했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 합당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또 현장에 함께 있던 형사조정위원과 피해자의 어머니 등에게 상해를 입히려한 고의가 없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인정했다.
한편, 형법은 '범죄행위를 했을 당시의 법률로 성립하고, 처벌도 당시 법률로 해야 한다'(행위시법주의)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로 '범죄 뒤 법률의 변경으로 그 행위가 범죄가 되지 않거나 처벌이 옛법보다 가벼운 때에는 새법(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재판 당시 신법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신법이 적용된다.2016.02.26 이인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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