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우리 존재 파이팅…약자들 존중받는 사회되길"

광장 안팎으로 나뉜 두개의 목소리<br />
"소수자 권리 존중해야" vs "동성애 반대"<br />
오후 4시30분 대규모 행진 진행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11 14: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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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11일 서울 시청광장이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이날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는 성소수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인권단체와 미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외국 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문구가 새겨진 뱃지, 선글라스, 티셔츠 등의 각종 물품이 전시됐고, 이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부스들이 시청 광장을 빼곡하게 둘러쌌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는 우리 사회에서 평소에 인지되던 못했던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부각됨으로써 사회의 인식개선을 위한 야외행사"라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을 깨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올해 축제는 '우리 존재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와의 연대가 강조됐다.

강 위원장은 "최근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약자들를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모습"이라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축제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존중받고 응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구호에 맞게 이날 행사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다양한 인권단체들의 참여해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부스를 마련해 여성가 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길거리괴롭힘 상태를 시민들에게 알리며 '길거리괴롭힘 소멸 프로젝트'의 참여를 촉구했다.

또 청소년 및 대학생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성소수자 단체에서는 성적 취향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상담 및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부스도 마련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대상으로 성 정체성과 성 인식에 대한 교육이나 고민상담을 주로 하고 있다"며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성적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참여가 꽤 활발한 편"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 부부도 참석해 축제를 즐겼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부지법으로부터 동성 간 혼인신고 각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날 행사 밖에 설치된 경찰의 안전유지선을 기준으로 일부 종교·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광장 밖에서 끊이지 않는 고함소리에 강명진 위원장의 취재진 응대가 어려울 정도였다.

강 위원장은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종교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일부 남성들은 행사장 입장이 거부 당하자 행사장 앞에서 소란을 피워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반면 같은 종교라도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기독교 단체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열린문 공동체 교회는 이날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성경 구절을 짚으며 기독교가 성소수자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 교회에서 2년째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캐나다 국적의 크레이그 바틀렛씨는 "증오와 미움에 가득차 타인의 권리를 배척하는 태도는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성서에 나오는 특정 구절에만 얽매여 사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바틀렛씨는 "분명한 것은 성적취향이나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은 기독교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7시까지 계속되며 오후 4시30분부터 5시50분까지는 시청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퇴계로 등을 지나 다시 광장으로 되돌아오는 대규모 행진(퍼레이드)이 진행된다.

이들은 또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제16회 퀴어영화제를 연다.11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에서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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