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5가역 휘어진 천장…시민들은 불안, 메트로는 "안전 문제 없어"
지하상가-출입구 연결 통로 천장, 패이고 무너지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09 17:11:56
△ 종로5가역 훼손된 천장 아래 지나는 시민들
(서울=포커스뉴스) "어머 세상에 진짜 심각하네. 앞만 보고 다니니까 몰랐어요. 이러다 진짜 무너지는 거 아니에요?"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종로5가역에서 만난 시민 강모(45·여)씨는 기자의 손끝에 이끌려 역사 천장을 보더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동안 천장에 눈을 고정한 채 연신 고개를 내젓던 강씨는 "무서워서 어디를 다닐 수가 없다"라는 말을 뱉고선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강씨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은 종로5가역 지하상가-출입구 연결 통로의 천장. 수십 미터에 이르는 이곳 구간의 천장은 흡사 폭풍이 지난 뒤의 폐허처럼 흉하게 뒤틀리고 부서져 있었다.
낡고 오래된 플라스틱 패널로 마감된 천장은 아귀가 맞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어져 있는가 하면 아예 떨어져 나가 위태롭게 주저앉아 있는 곳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군데군데 끊어진 패널들은 철제 구조물이나 반창고 등으로 임시로 수리된 채 거의 방치돼 있다시피 했다.
1974년 문을 열어 올해로 지은 지 42년째가 된 종로5가역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듯 보였고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 처럼 보였다.
종로5가역은 하루 평균 5만6451명(2015년 11월 기준)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이용객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인 탓에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이곳 역사에는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거나 '안전에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하라'는 등 시민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선간판이나 안내문구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신설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이곳을 지난다는 서규식(48)씨는 "위험해 보이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왜 아니겠어요"라고 말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씨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지하철 관련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지 않나. 별일이야 있겠나 싶다가도 불쑥 무서운 생각이 들곤 한다"며 "만약에라도 사고가 나면 그제야 부랴부랴 수리할 것 같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근 상점 주인들도 입을 모아 문제를 지적했다.
종로5가역에서 액세사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정숙(60·여)씨는 "그동안 많은 지하철역에서 장사를 해봤지만 이곳이 최악"이라며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털어놨다.
조씨는 "잠실역, 건대입구역, 천호역, 서울역 등지를 돌며 6년 정도 장사했다"면서 "그런데 이곳처럼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곳이 없다. 심하게 무너진 곳을 지날 때면 무서워서 뛰듯이 그곳을 빠져나간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이곳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모(58·여)씨는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별로 없다"며 노후화된 천장에 대한 보수 작업이 10여년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씨는 "보기에도 흉물스럽다. (메트로가) 돈만 있으면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며 "알아서 관잘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믿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끔은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런 시민들의 불안감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종로5가역 역무실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했다.
정성철 종로5가역장은 "역사 천장의 안전 여부에 대해 답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나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대답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으니 관련 문의는 서울메트로 홍보 담당 직원에게 하라"고 답했다.
정 역장에게 "역사의 모든 사안을 총괄해야 할 역장이 어떻게 그 부분을 모를 수가 있느냐"고 재차 묻자 "천장 공사는 하루 아침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공사가 아니다. 역 전체의 천장을 뜯어 마감재를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로썬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마지못해 답했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종엽 서울메트로 미디어팀장은 "1호선 역사가 전체적으로 노후화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건축담당 부서에서 안전 점검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 미관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밖았다.
이어 "현재 오래된 역사에 대한 리모델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역장을 포함한 역무원 직원들이 매일 시설을 점검하고 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성동구 주민 김성태(24)씨는 "안전 사고가 나기 전에 먼저 문제를 인정한 경우가 어디 있었나. 문제가 없다는 (메트로의)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이제 지겹다"고 비판했다.
도시 안전 전문가 황제돈 에스코컨설턴트 사장은 종로5가역 천장 문제에 대해 "현재로선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내놨다.
황 사장은 "종로5가역 천장이 보기 흉하게 뒤틀려 있는 것은 보기에 좋지는 않지만 안전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천장 안쪽에 있는 본체 구조물이 튼튼하므로 붕괴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에 한계가 있다 보니 우선순위에 따라 보수작업을 시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라며 "천장 마감재가 안전과 직결된 사항은 아니다 보니 보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서울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에 대해 "충분히 불안감을 느낄만 하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은 이용객 수나 규모를 고려할 때 안전사고가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관리·감독을 하느냐에 따라 지하철 안전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종로5가역 지하상가와 출입구를 연결하는 통로의 천장이 훼손되어 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된 천장은 움푹 패어있었으며 휘어지거나 깨진 곳도 많아 위태로워 보인다. 2016.06.09 오장환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종로5가역 지하상가와 출입구를 연결하는 통로의 천장이 훼손돼 임시방편으로 철제 구조물로 조치 되어 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된 천장은 움푹 패어있었으며 휘어지거나 깨진 곳도 많아 위태로워 보인다. 2016.06.09 오장환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종로5가역 지하상가와 출입구를 연결하는 통로의 천장이 훼손되어 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된 천장은 움푹 패어있었으며 휘어지거나 깨진 곳도 많아 위태로워 보인다. 2016.06.09 오장환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종로5가역 지하상가와 출입구를 연결하는 통로의 천장이 훼손되어 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된 천장은 움푹 패어있었으며 휘어지거나 깨진 곳도 많아 위태로워 보인다. 2016.06.09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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