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페인전 참패 원인은 단순한 기량차?…GK김진현 난조·구심점 부재 등 총체적 부진

주세종·이재성 등 K리거 활약상은 청량제<br />
유럽파 총체적 부진 속 석현준·지동원은 나름대로 활약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02 07:46:54

(서울=포커스뉴스) 한국이 스페인을 상대로 이길 것으로 예상한 팬들은 애당초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1-6의 참패를 예상했던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한국 대표팀이 A매치에서 6골 이상을 실점했던 것은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12월 아시안컵에서 이란에게 패할 당시 6골을 내주며 2-6으로 패했던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1일 오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평가전을 치렀지만 1-6으로 참패했다. 사실 전반 30분 실바에게 선제골을 내주기 전까지 한국은 비교적 경기를 잘 치렀다. 결코 수비 일변도로 경기하지도 않았고 전방에서의 압박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 30분부터 38분까지 8분 사이에 무려 3골을 내주며 경기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대패의 아픔은 크지만 평가전이었던 만큼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면밀히 파악해 향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이날의 대패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약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패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날 한국의 대패 원인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한국과 스페인 선수들간 기량차가 분명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량차가 언제나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따라서 이번 스페인전 대패의 원인을 단순히 기량차 혹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컨디션 조절 실패 등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스페인전 대패의 원인으로 지목할 만한 부분은 김진현 골키퍼의 불안한 모습, 실점 이후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연속으로 실점을 내준 점, 어이없는 패스 미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스페인전 이전까지 김진현 골키퍼는 눈에 띄는 선방을 자주 했고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날 실점들 중 적어도 3골 정도에는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실바에게 허용한 선제골은 워낙 잘 찼고 방향도 좋았다. 하지만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 장현수가 헤딩으로 밀어준 공은 충분히 모라타에 앞서 잡아내거나 적어도 쳐낼 수 있었다.세 번째 실점 상황에서 놀리토에게 허용한 골도 아스필리쿠에르타가 문전으로 패스를 밀어줄 때 판단이 빨랐다면 사전 차단도 가능했다.

후반 막판 아두리스가 모라타에게 밀어준 공을 잡는 과정에서도 볼을 더듬어 모라타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전에 내린 비로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진 않았고 더듬은 공이 모라타의 발 앞으로 떨어진 것은 아쉽지만 실점으로 이어진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스페인의 네 번째 득점이었던 후반 초반 코너킥에 이은 모라타의 헤딩골 상황에서도 티아고의 킥은 골키퍼가 처리할 수 있는 반경 내로 향했다.

물론 이날 실점의 책임을 김진현 골키퍼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스페인이 전방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전방위적으로 한국 수비진을 압박해 김진현은 다른 경기들에 비해 활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페인은 한국 수비진의 빈 공간을 철저하게 이용해 골키퍼로서도 판단이 쉽지 않은 장면이 많았다.

한국이 더 이상 월드컵 본선 진출에 만족하는 팀이 아니다. 꾸준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키퍼 역시 적극적으로 빌드업 과정에 동참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부합해야 한다. 골키퍼가 필드 플레이어 역할을 맡을 경우 상대 공격수들의 압박을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골키퍼들의 이 같은 능력이 하루 아침에 생기진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준비하고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점이 한 골로 끝나지 않고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점은 몇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그간 주로 한국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이나 유사한 팀들과 대결했다. 때문에 선제골을 허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따라서 선제골을 내주는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뒤지는 상황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선제골은 대량실점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팀내 구심점이 될 선수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그간 기성용이 이 역할을 해왔지만 순식간에 대량실점하며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그 역시 큰 힘이 되진 못했다. 스페인전에서 대량실점을 허용하는 동안 그 누구도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며 동료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선수는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패스 미스가 직접적인 실점으로 연결된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팀들은 상대의 실수를 위협적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예선에서 상대하는 팀들과는 레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강팀이라 해도 패스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팀은 없다. 통상적으로 80% 이상이면 좋은 편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상대팀 진영에서는 성공률이 더 떨어진다. 문제는 패스가 끊겼을 때 이를 대처하는 능력이다. 현대축구에서 최전방 공격수는 곧바로 1차 저지선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공격이 끝나면 곧바로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체력과 동료 수비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영리한 움직임도 필요하다.

한국은 이날 스페인을 상대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실망스러웠다. 소속팀에서 주전과 멀어진 이청용, 김진수 등이 제외됐지만 또 다른 유럽파 윤석영은 이번에도 인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증된 공격수 손흥민 역시 이날 경기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그나마 유럽파 중에서는 지동원 정도가 간간이 날카로운 돌파력을 선보였을 뿐이다. 후반 교체 투입된 석현준 역시 몇 차례 인상적인 슛을 시도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대체 선수로 승선한 K리거 주세종이 A매치 4경기 만에 첫 득점을 올린 점은 부진 속에서 얻은 소기의 성과였다. 후반 교체 투입된 또 다른 K리거 이재성의 과감한 돌파 역시 청량제였다. 대패에 대한 분석은 면밀하게 해야 하지만 잘한 부분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다.

스페인전 패배는 여러가지 면에서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숙제를 안겨준 경기였다. 지난 패배는 잊고 다양한 각도에서의 패인 분석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페인 대표 놀리토(22번)가 6월1일 오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팁 동료 다비드 실바의 축하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스페인 알바로 모라타가 6월1일 오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헤딩으로 득점을 올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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