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구조조정 2막②] 현대상선, 남은 건 해운동맹뿐

용선료 협상 낙관 전망으로 채무 재조정 성공<br />
해운동맹 잔류 "시간 문제"…정부도 지원 나서<br />
정부 선박 펀드로 자율 협약 이후 대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02 07:00:07

△ 31일,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 개최

(서울=포커스뉴스)국내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2막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전망이 밝은 가운데 채무 재조정을 완료했고, 한진해운은 해운 동맹 잔류를 확정한 단계다. 하지만 한고비를 넘기고 숨돌릴 틈 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한진해운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 걸음 늦춰지고 있다고 여겨졌던 현대상선은 어느새 자율협약 조건을 거의 채워가고 있다. 현대상선은 약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면서 채권단이 내세운 첫 번째 조건을 완료했다. 현대상선은 이외에도 용선료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용선료 협상 훈풍…채무 재조정도 성공

지난 1일 현대상선은 지난달 31일부터 양일간에 거쳐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를 가졌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에는 채권자들에게 50% 이상 출자전환, 남은 채무 2년 유예·3년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날 채권자들은 거의 100%에 가까운 찬성율을 보이며 채무 재조정 안을 가결 시켰다.

현대상선의 이번 채무 재조정 결과에는 용선료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법정관리를 회피하려는 채권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무명의 채권자는 "용선료 협상에 긍정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법정관리로 갈 수는 없지 않냐"고 밝혔다.

용선료 협상에 의미 있는 진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영국계 조디악 마리타임이 입장을 선회하면서부터다.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선주사들과 협상을 할 때도 불참하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조디악은 현재 인하를 받아들이는 대신 보전 조건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상선은 아직 최종 타결이 날 때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5개 컨테이너 선주와 17개 벌크 선주들과 개별로 진행되는데 협상 조건이 약간만 달라져도 22개 선주사들의 입장을 전부 반영해야 한다. 김충현 현대상선 CFO는 용선료 협상이 마지막에 틀어질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대상선이 정상화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있더라도 잘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재무 안정화 후 해운동맹 잔류는 "시간문제"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세 가지 조건 중 남은 것은 해운 동맹뿐이다.

해운동맹에 잔류하기 위해선 재무 구조 개선이 우선이다. 컨테이너선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공산품을 운반하기 위해 1개 노선에 8~10척의 배가 교대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만약 노선의 1척의 배라도 선박 억류와 같은 불확실한 일을 겪는다면 노선 전체에 큰 타격이 가게 된다. 함께 배를 채워야 하는 해운동맹은 재무 구조가 불안한 해운사를 포함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잔류에 낙관적이다.

현대상선은 제3해운동맹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과정을 겪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재무 안정화가 이뤄지면 새로운 얼라이언스 진입은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2일에는 현대상선이 속해있는 해운동맹 G6가 서울에서 정기 회의를 가진다. 본격적인 해운동맹 재편이 있을 내년 4월까지 현대상선은 G6에 포함된다. G6의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MOL, NYK는 제3해운동맹 THE얼라이언스에도 속해있다. 김충현 CFO는 "현대상선의 재무가 건전해지고, 20년간 얼라이언스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가입은 새 해운동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기 회의에는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도 함께 참석해 설득 작업을 도울 것이라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미 THE얼라이언스에 합류한 한진해운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시됐지만, 현대상선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자율협약을 해야 하는 한진해운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율협약 이후 적자 줄일 방안 역시 중요

현대상선에겐 자율협약 이후도 중요하다.

자율협약을 통해 추가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해운업계가 전반적으로 위기인 탓에 구체적인 적자 규모 축소방안 없이는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율협약을 통해 약 4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결국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현대상선은 추가 지원금으로 부채 비율을 낮춰 정부의 '선박 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준비 중이다. 해당 펀드를 이용하기 위해선 부채비율이 400% 이하여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운항하면 한 번에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어 운항원가를 낮출 수 있다.

김충현 CFO는 지난 1일 채무 재조정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달 전부터 별도의 TF로 시장을 보고 있다"며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적자를 줄일 운영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에 사채권자 및 관계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는 일정 금액 이상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해당 사채의 조건을 일괄 변경하는 상법 절차다. 2016.05.31 양지웅 기자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에 사채권자 및 관계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는 일정 금액 이상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해당 사채의 조건을 일괄 변경하는 상법 절차다. 2016.05.31 양지웅 기자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 유니티호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상선 건물 로비에 층별 부서 위치를 알려놓은 안내판이 붙어 있다. 2016.05.24 성동훈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