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안전 지켜줄 '공중화장실 성범죄예방법'

'불특정 다수 이용하는 화장실'로 공중화장실 범위 확대<br />
숙박업소·목욕탕·모유수유실 등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br />
"여성 성범죄 느는 상황…솜방망이 처벌 안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6-02 16:47:11

△ 강남역

정치는 우리 삶 구석구석 영향을 끼친다. 일터, 지갑, 교육, 건강… 정치인을 미워할수는 있지만,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다. 20대 국회가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각 당과 국회의원들이 활발히 '1호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포커스뉴스>는 이들 법안 중 우리 삶, 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법안'을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서울=포커스뉴스) Q. 한 남성이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상가 내 화장실에 들어가 여성의 용변 장면을 훔쳐봤다. 이 남성은 유죄일까, 아니면 무죄일까?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은 해당 화장실이 '공중화장실'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행법에선 사건 발생 장소가 법률이 규정하는 공중화장실이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무죄다.

지난달 25일 전주지법 형사2부(부장 이석재)는 화장실에서 용변 중인 여성을 훔쳐 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모(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무죄'가 선고된 것.

그러자 사회 곳곳에서는 "판결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크게 어긋나는 판결"이라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회사원 강씨는 지난 2014년 7월 전주 덕진구의 한 술집에서 화장실에 가는 여성을 뒤따라가 바로 옆 칸에 들어갔다. 이후 칸막이 위로 머리를 들이밀어 여성이 용변 보는 장면을 훔쳐봤다.

검찰은 강씨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침입한 것으로 보고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강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유는 바로 해당 화장실이 법률상 '공중화장실'이 아니었기 때문.

검찰이 적용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12조'에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에 침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정작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공중화장실을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이라고 규정해, 그 범위를 공중화장실·개방화장실·이동화장실·간의화장실·유료화장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즉,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공중을 위한 목적이 아닌, 술집 영업시간동안 손님들만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항소심 재판부 역시 "전주 덕진구에 있는 공중화장실·개방화장실·이동화장실·간이화장실 현황에 이 사건의 화장실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현행법상 강씨의 행동을 처벌할 규정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은 20대 국회 개원일인 지난달 3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공중화장실 성범죄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원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법률보다 화장실의 범위를 넓힌 것을 특징으로 한다. 현행 공중화장실·개방화장실·이동화장실 등에 '이와 유사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을 추가한 것.

또한 개정안은 법률의 적용범위를 공중화장실 외에도 숙박업소와 목욕탕, 미용실, 모유수유실, 체육관, 상점가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처벌 규정 역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고쳐 강화했다.

이로써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상점가 등 공공시설에 침입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원욱 의원은 2일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행법이 우리 국민들, 시민들이 생각하는 법의식과 너무 차이나는 규정이라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났다는 기사를 보고 공중화장실 개념을 확대하는 법안을 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시민들은 보통 대형 상가건물에 있는 화장실을 공중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이) 개인화장실"이라면서 "개인회장실에서는 신체적 접촉을 가하거나 촬영을 하지 않은, 단순히 엿본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안 된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해 법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 규정을 강화한 것과 관련,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해선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지 솜방망이 처벌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19대 국회에서 공중화장실의 범위를 확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19대 국회 때는 워낙 법안이 밀려있어 논의가 안 돼 통과되지 못했다. 어차피 다시 내려고 했던 법안"이라며 "이번에 항소심에서도 또 무죄가 났으니 20대 때는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 현장의 화장실이 폐쇄되어 있다. 2016.05.19 성동훈 기자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2차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원욱 실행위원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5.08.17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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