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줄이려 서민 주머니 턴다"…정부 대책 실효성 논란

"고등어·삼겹살, 가정 미세먼지 주범" 지적에 돌 맞은 사람들<br />
경유 가격 인상 논란까지…차주들 "울며 겨자먹기" 한 목소리<br />
전문가들 "섬세한 진단 필요"…석탄연료 관련 규제 검토도 촉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31 17:17:08

(서울=포커스뉴스) "미세먼지 때문인지, 말일(31일)이 와서 그런지 주말부터 손님이 좀 줄었어요. 생선 굽는 연기는 내가 마시는데 건강보다 매출이 걱정이네요."

미세먼지로 하늘이 조금 뿌옇게 흐렸던 31일 오전 11시50분. 서울 종로3가 인근 생선구이 식당 골목은 대체로 한산했다.

평소 같았으면 가게 문밖으로 대기 손님이 늘어섰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식당 밖에서 생선을 굽던 식당주인 A(60)씨는 "고등어 가격도 뚝 떨어졌다는데 우리도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늦깎이 대책이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부가 가정 내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고등어와 삼겹살 구이 등을 지목하면서다.

환경부는 지난 23일 주방 조리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주방에서 요리할 때 가장 많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요리가 고등어구이라고 밝혔다. 고등어를 구울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주의보' 기준보다 25배나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는 어민과 상인, 식당가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1일 고등어(중품) 1마리당 가격은 3097원으로 일주일 사이 17%도 넘게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금어기가 풀리면서 공급이 늘어난 게 크게 작용했으나 미세먼지와 고등어가 연관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고등어 어획을 주로 다루는 대형선망수협은 이날 환경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삼겹살 구이도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자영업자들 역시 숨죽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초미세먼지 중 생물성 연소에 따른 초미세먼지 배출 비율은 15%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유력한 규제안으로 미세먼지 저감장치 장착이 거론되고 있으나 장치 하나당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해 문제다.

돼지갈비구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3)씨는 "저감 장치가 의무화되면 이 비용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일부 부담하게 된다"며 "서민들이 즐기는 음식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증가의 책임을 서민들에게 지우려 한다는 논란은 경유차와 관련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경유에 리터당 150원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찌감치 경유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이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유차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유차를 구입했다는 김모(33)씨는 "경유 값이 싸 경유차를 구매했는데 이제와 갑자기 경유 값을 휘발유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하니 속은 것 같다"며 "차를 생필품 바꾸듯이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 않나. 결국 비싼 기름 값 내는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훈씨는 경유 값 인상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경유차 운전자들이 기름 값을 '상대적인 요소'로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운전자들은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유 값을 올린다고 해서 경유 차량 자체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책들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동원 서울환경연합 정책팀장은 "화로구이 미세먼지 정책도 2013년 발표된 자료의 재탕"이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정책수단을 섬세하게 설정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말에 따라 정책을 내놓다보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시민들이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승용차 덜 타기 등의 방안을 제시하는 게 낫지, 서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신뢰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석탄연료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이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석탄연료 66.7%, 경유 19.3% 등 이 두 연료에서 86%의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재 초미세먼지 피해가 국내에서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그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려는 계획은 국민의 건강을 외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 오는 2023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총 20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게티이미지/이매진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생선구이 식당 골목. 박나영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장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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