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현우 전 옥시 대표·세퓨 전 대표 등 4명 재판 회부
검찰 수사 시작 후 제조업체 관계자 첫 구속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30 19:06:31
△ 고개 숙인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서울=포커스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와 세퓨 전 대표 오모씨 등 4명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가 재판에 넘겨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31일 신 전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씨, 선임연구원 최모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사상,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신 전 대표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처음 제조할 당시 최고경영자로 근무한 인물이다. 신 전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씨와 김씨는 2001년 전후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제품의 개발과 제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해 살균제 중 하나로 지목된 세퓨 제조·판매업체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모씨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사상,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만 적용해 구속기소하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업체 관계자가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 등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채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해당 가습기살균제가 안전하다고 홍보해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옥시의 홍보 문구가 단순히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법률 위반이 아닌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특경가법상 사기죄를 추가 적용했다.
옥시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겉면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적었다. 마치 자사 가습기 살균제가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은 옥시의 이같은 광고 문구가 대법원이 인정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거래 관련 중요 사실을 신의성실 의무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 고지를 한 경우 허위광고를 넘어선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10년간 50억원 정도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적용한 사기죄가 인정받게 되면 신 전 대표의 형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가 이득액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존에 적용한 업무상 과실치사의 경우 5년이하의 금고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사망 94명·상해 127명) 총 221명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177명(사망 70명·상해 107명)이다.
세퓨 전 대표 오씨의 경우 PHMG보도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원료로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사상자를 발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살균제가 아이들에게 해룰 줘서는 안된다"는 등 거짓 광고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한 혐의도 있다.
세퓨 가습기 살균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판매됐고 1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업체다.
한편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옥시 영국 본사가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불거진 이후 영국 본사가 증거 인멸을 적극적으로 지시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중이던 2004년 10월쯤 옥시 한국 지사에 보낸 자료에는 PHMG에 대한 독성실험이 없다는 점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후 영국 본사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해당 자료를 한국에 보낸 본사 직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변호인에 한국 입국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앞서 재판에 넘겨진 조모(56)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독성실험 보고서 조작과 영국 본사간의 관계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연구개발(R&D) 담당 직원도 소환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검찰의 수사가 점점 옥시 영국 본사를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이같은 의혹을 모두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의 최대 책임자로 지목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6.05.13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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