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만에 소록도 찾는 사법부…한센인 피해 실상 듣는다

내달 20일 국가상대 손배소송 특별기일<br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 등 증인신문도

이세제 기자

nagnet63@daum.net | 2016-05-29 15:33:30

△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자동네타임즈 이세제 기자]법원이 강제 단종(斷種·정관수술)·낙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한센인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남 고흥에 위치한 국립소록도병원을 찾는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피해 한센인 엄모씨 등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다섯 번째 변론기일을 다음달 20일 개원 100주년을 맞은 소록도병원에서 특별기일로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특별기일에는 판사와 양측 변호사들을 포함해 법원 실무관, 법정 경위 등 수십 명이 직접 전남 고흥으로 내려간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현장기일에서 재판부는 원고 2명과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인 1명으로부터 피해사실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소록도에서 43년간 거주하며 봉사활동을 한 오스트리아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82)의 증언도 들을 계획이다. 스퇴거 수녀는 2005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방한해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수술대와 인체해부대, 감금실, 사망 한센인을 불태운 화장터 등 소록도병원 시설도 현장검증대상에 포함된다.

한센인들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일제강점기 소록도병원의 전신인 '자혜의원'이 설립되면서부터다.

1907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한센인 강제격리 정책은 90년 간 이어졌다.

강제 정관수술은 1935년 전남 여수에서 처음 시행됐다.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낳은 정책이었다.

소록도병원도 1936년부터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강제 정관·낙태수술을 해왔다. 거부할 경우 폭행과 협박, 감금 조치가 이어졌다.

이후 2007년 제정된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진상규명위는 조사 끝에 한센인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강제 낙태수술 피해자에 4000만원, 정관수술 피해자에 3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한편 피해 한센인 590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이달 초 마무리 됐다.

한센인권변호단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2일 한국 한센인 9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대 일본 한센 보상 청구 소송'에서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2003년 첫 보상청구서를 접수한지 13년만에 청구인 590명이 모두 피해자로 인정 된 것이다.

당시 변호인단은 "대일본 소록도 소송을 통해 절망과 고통의 어두운 음지에 있던 한센인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84인 학살사건, 비토리 사건, 단종‧낙태 등 사회적 차별의 실상이 공개되는 계기가 됐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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