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1위' 로펌 김앤장…끊이지 않는 구설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 은폐 의혹<br />
일 전범기업 등 변론…비난·비판 vs 변호사 윤리<br />
김앤장 출신 청와대 인사 반복…정치권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25 2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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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리 곱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전범기업의 변론을 맡은 부분 등 김앤장을 향한 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김앤장 출신의 최철환 변호사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김앤장과 청와대의 '커넥션'도 논란이 되고 있다.
◆ '자타공인'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김앤장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힌다.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가 공동 설립한 김앤장은 지난 1973년 서울 광화문 인근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법률 고문 서비스 등을 시작으로 지난 1979년 이재후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송무 분야까지 그 업무를 확대했다.
이후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세계시장 진출로 명성을 쌓던 김앤장은 매출 규모와 변호사 수에 있어 국내 최대 로펌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로펌 평가기관인 영국의 체임버스앤파트너스(Chambers & Partners)가 내놓은 지난해 로펌 업무 분야 평가에서 김앤장은 18개 평가 부문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또 매출액 부분에서 김앤장은 다른 상위권 로펌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김앤장의 지난해 매출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으로 8900억여원에 달한다.
이를 위협하는 다른 상위권 로펌인 태평양, 광장, 화우 등의 1000억~3000억원대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4~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변호사 수도 압도적이다. 지난 2014년 기준 변호사 수는 670명으로 뒤를 쫓는 태평양(330명), 광장(324명)에 거의 2배에 달한다.
김앤장의 가장 큰 특징은 변호사 마다 개별적으로 다른 업무를 진행하는 합동 변호사 사무실의 형태면서도 큰 건의 경우 팀을 이뤄 로펌의 형식으로 일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김앤장은 이른바 쌍방대리 논란에 항상 휩싸여 있기도 하다.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거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을 모두 대리하는 쌍방대리는 변호사법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합동 변호사 사무실인 김앤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국민을 들끓게 만든 옥시 유해성 은폐 의혹
김앤장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은폐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24일 구속기소된 조모(56)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의 주장 때문이다.
조 교수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써주고 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옥시에 이미 유해성을 경고했는 데도 옥시와 보고서 검토를 담당한 김앤장이 실험결과를 끼워맞췄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의 법률대리인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조 교수는 지난 2011년 11월 영국 본사와 싱가포르, 미국 측 옥시 관계자 및 한국법인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전신에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 연구에서 폐와 관련된 병변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에 옥시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모 연구원이 지난 2013년 4월 김앤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김앤장이 독성실험 관련 원본 데이터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 있다"면서 "발송된 이메일에도 권 연구원이 김앤장 변리사에게 관련 데이터 전부를 복사해줬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처럼 지난 2013년 7~8월 김앤장 측 김모 변리사가 연구팀에 보낸 이메일에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조건을 변경해 추가실험을 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의 변론은 맡은 것도 모자라 관련 실험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김앤장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 개입논란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조 교수가 검찰 조사에서 '생식독성실험 결과를 옥시에 발표하는 자리에 김앤장이 동석했다' 취지의 진술을 한 점 △김앤장이 이메일 등으로 연구팀에 여러 차례 연락해 연구내용과 방향을 주문한 점 △지난 2011년 옥시의 법인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꿔 법적 책임을 회피하도록 조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앤장 측은 "옥시의 법률적인 대리 역할을 맡았을 뿐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연구팀에 보낸 이메일도 추가 실험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실제 추가 실험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 전범기업 등 김앤장 변론 두고 '갑론을박'
김앤장을 둘러싼 논란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의혹 외에도 전범기업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변론을 맡아온 부분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25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근로정신대 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철주금주식회사, 후지코시 등 일본 전범기업 대상 국내 손해배상 청구 소송 14건 중 4건(3월15일 기준)을 김앤장이 맡고 있다.
법률대리인이 선임된 소송이 6건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김앤장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또 미선임 소송 8건 중 2건은 서울고법에 계류 중으로 1심을 김앤장이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측은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상고심 사건 등을 수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순 안팎의 피해자들이 힘겨운 법정투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피해자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전범기업 변호를 도맡다시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를 하더라도 사회정의와 역사정의에 부합한 정당한 이익을 위해 변호해야 한다"며 "일제 전범기업에 손 맞춰 역사의 수레를 거꾸로 돌리는데 동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은 먹튀논란에 휩싸인 론스타 등을 변론한 전력을 가진 김앤장이기에 당연히 불거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들이 지켜야하는 직업윤리를 규정한 변호사윤리장전 등을 근거로 전범기업 등의 변론을 맡은 김앤장을 맹목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윤리장전에는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해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변론권을 보장하는 국선변호인제도도 같은 이치다.
이 부분에 대해 말을 아끼는 김앤장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사회적 비난을 이유로 사건 수임을 가려 받는다면 누구나 변호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논란이 있는 일부 사건에 대한 수임을 두고 해당 로펌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김앤장-청와대-김앤장' 비판받는 회전문 인사
최근 청와대 신임 법무비서관으로 김앤장 출신의 최철환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김앤장-청와대-김앤장'으로 반복되는 회전문 인사가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와대 인사로 들어온 김앤장 출신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 윤창번 전 미래전략 수석비서관, 조응천·권오창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학준 전 민원비서관, 곽병훈 전 법무비서관, 최 신임 법무비서관 등이다.
또 지난해 윤창번 전 수석비서관이 김앤장 고문으로 복귀할 당시 야당은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냐"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청와대의 '김앤장 회전문 인사'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청와대의 김앤장 출신 인사는 과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에도 있던 일이다.
박정규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김앤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등용돼 1년여간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강한승 전 서울고법 판사는 청와대 법무비서관 근무 후 김앤장에 취업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로펌으로서 명성을 가진 김앤장 출신이 청와대 인사로 발탁되는 것은 당연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치권과 법조계의 우려섞인 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앤장 출신의 청와대 인사는 다양한 정보를 얻으려는 김앤장과 수준 높은 법조인을 쓰고자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면서도 "같은 형태의 인사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각종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환경 및 시민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옥시 불법행위 은폐 의혹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5.17 이승배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환경 및 시민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옥시 불법행위 은폐 의혹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5.17 이승배 기자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학생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제120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하고 있다. 2015.11.11 조종원 기자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를 앞둔 지난해 8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본 청와대 전경. 2015.08.23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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