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 살인' 현장검증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
피의자 김씨, 24일 오전 9시부터 30여분간 '담담한' 자세로 현장검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24 11:21:16
△ 사건 현장 향하는
(서울=포커스뉴스) 서울 강남역 근처 노래방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었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34)씨가 자신의 범행을 재현하기 전에 밝힌 심정은 '미안함'이었다.
"피해자나 유가족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숨진 피해자에게는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은 없었는데 희생이 됐기 때문에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피의자 김씨는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 장소로 들어가기 직전 '피해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24일 오전 9시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 쓴 피의자 김씨가 경찰 호송차량을 타고 지난 17일 오전 1시20분쯤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김씨를 향해 "개인적인 원한이 없었는데 왜 죽였는가"라고 묻자 김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형사들에게 말했다. 추후 조사과정에서 이유나 동기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취재진과 시민들 100여명이 현장을 지켜봤다.
피의자 김씨를 향해 시민 중 일부가 곳곳에서 야유를 보내긴 했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 검증을 지켜봤던 시민 박모(33)씨는 "회사 근처에 있는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이 충격이다"며 "종종 인근에서 회식을 하는데 남녀 상관없이 다니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주변 토익 학원을 다니고 있는 임모(25·여)씨는 "이것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인데 단순히 범행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면서 "범죄가 일어나게 된 사회적 맥락에도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별다른 내색 없이 자신의 생각과 입장에 대해 밝히던 김씨는 범행 장소인 노래방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경찰은 비공개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일주일만에 다시 범행현장으로 돌아온 김씨는 현장검증을 하면서 특별한 심경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증섭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은 "피의자 김씨는 재연을 거부하지 않았고 심문시에 했던 진술대로 범행을 동일하게 재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장검증 당시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종종 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과장은 "(현장검증을 하면서) 피해자를 흉기로 가해할 당시에 심정이 어땠느냐고 물었다"며 "김씨의 표정에서 미안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검증은 30여분간 진행됐다.
현장검증을 마친 뒤 건물에서 빠져나온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량에 올랐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26일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이번 강남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로 인한 살인이 아닌 정신 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김씨의 망상적 사고, 표면적인 범행 동기 부재,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는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 중 정신 질환(조현병) 유형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이번 범죄가 목적성에 비해 범행 계획은 체계적이지 않은 전형적인 피해망상 정신질환 범죄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자신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올해 1월 초 병원 퇴원 후 정신 질환에 대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며 "이후 김씨가 앓던 조현병 망상이 심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 1시2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23·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를 붙잡았다.'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의 한 상가건물에서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사건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6.05.24 성동훈 기자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의 한 상가건물에서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사건현장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2016.05.24 성동훈 기자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의 한 상가건물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경찰차로 이동하고 있다. 2016.05.24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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