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 살인' 이후…"여성에 대한 일상적 폭력 근절해야"
한국여성민우회, 21일 오전 1시까지 필리버스터 진행<br />
남윤인숙 더민주 의원 참석…"차별범죄 가중처벌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20 21:16:14
△ 1111111111111111111.jpg
(서울=포커스뉴스)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이 '여성에 대한 일상적 폭력 근절'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열고 남성들로부터 겪은 폭력과 희롱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
선글라스를 쓴채 발언에 나선 A(32·여)씨는 "강남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많은 여성들이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혐오' 문제에 공감하는 것을 두고 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들고 불편해도 내가 겪은 성차별 경험을 알리고 공론화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단지 한 여성의 죽음, 가해 남성의 정신분열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일상적 폭력이 알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성적 희롱을 경험했던 B(29·여)씨는 발언에 앞서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털어 놓기 위해 거울 앞에서 수없이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울지 않기 위해서다.
B씨는 "괴롭힘을 당하면서 문제 원인이 여성스럽지 못한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떨치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며 "여성은 무조건 조신하고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라고 말했다.
가면을 쓰고 발언에 나선 C(20·여)씨는 "대학교에 들어와서 통금시간때문에 부모님과 많이 다퉜다. 여자 혼자 늦은 밤 택시를 탈 때, 골목길을 걸어갈 때를 항상 주의해야 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며 "이것은 단순한 혐오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고 울먹였다.
성별에 상관없이 일상에서 무의식 중에 나오는 성차별적 언행을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생 D(24·여)씨는 "여자인 나조차도 스스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1년 전만해도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더 맛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기도 했다"며 "여성을 여성으로 규범화, 일반화하려는 모든 시도들 또한 여성혐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윤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서 나오는 끔찍한 범죄들은 가중처벌 돼야 한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부분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여성혐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된다.
행사를 기획한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남성과 대결하자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여성을 끊임없이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필리버스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많은 시민들과 여성혐오 현상을 논하는 자리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가면을 쓴 참가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선 기자 필리버스터 현장에서 한 시민이 '여성 폭력 중단을 위해 나는 ~할 것이다'라는 종이를 들고 있다. 시민들은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종이에 각자 적은 멘트를 낭독할 예정이다. 박지선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