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6년 전 시한부 선고…인생의 터닝포인트 됐다"
지난 16일 서울예고서 '오늘날의 예술적 지능' 주제로 강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17 18:59:14
△ 강연하는 베르베르
(서울=포커스뉴스) "핸드폰이나 소지품 같은 것을 바닥에 놓고 몸은 편안한 상태로 앉아주세요. 다들 준비된 거 같으니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고등학교에 '프랑스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등장했다. 400여명 앞에 모습을 드러낸 베르베르는 시각, 청각, 촉각 훈련법을 알려주며 청중을 명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베르베르가 '명상'으로 강연의 포문을 연 것은 강연 주제인 '예술적 지능'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자연에 대한 관찰이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것을 관찰하려면 어느 분야가 됐건 느끼는 것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받아들인다는 것은 시각, 청각, 촉각 이 3가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 포함됩니다. 어떠한 형태의 예술이든 관찰을 통해서 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베르베르가 말하는 '관찰'은 '자연'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실제로 베르베르는 정원의 개미를 관찰하는 것에서 예술적인 창작 행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 같은 경우 몇 시간 동안 개미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쌓아가다 보니까 직업의 일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개미가 아니더라도 새, 고양이, 강아지 등 다른 동물들을 오랫동안 관찰하다보면 그것을 통해 여러분들의 예술적 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연을 관찰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예술적 창작의 기본이 됩니다."
베르베르는 추천하고 싶은 자연관찰 대상으로 구름을 꼽았다. 구름이 움직이고 변하는 긴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애완동물이나 동물을 오랜 시간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동물은 인간과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동물이든 인간에게 일깨워주는 바가 있다는 것이 베르베르의 주장이다.
"자연을 관찰하다보면 자연에 여러분을 이입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새는 하늘을 날면서 무엇을 보는지, 거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 관점을 달리 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훈련이 되는 겁니다."
베르베르는 자신의 실패담과 성공담을 전하며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보여줬던 소설 '개미'는 "끝까지 못 읽겠다"는 혹평을 받았다.
"'개미'라는 소설은 16살 때부터 28살 때까지 12년 걸린 작품입니다. 매일 아침 4시간씩 무조건 글을 써서 1500장이라는 거대한 분량이 됐습니다. 소설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이해가 안됐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친구들이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르베르는 1500장 분량의 첫 소설을 잠시 밀어두고 재미있고 짧은 스토리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하창고'를 소재로 한 4페이지 분량의 작품은 사람들의 성원에 20페이지로 늘어났다. 베르베르는 '지하창고' 이야기를 그의 첫 소설과 접목시켰다. 그렇게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베스트셀러 '개미'가 탄생했다.
"예술적 창작은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돌고 돌아서 우회를 하다가 종착역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는 못 쓸 것 같거나 쉽지 않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말고 일단은 그냥 써내려가야 합니다. 어떤 것이든 계속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즐거운 일이 되고 남들도 이해시킬 수 있는 일이 됩니다."
강연을 마친 뒤 쏟아지는 질문세례에 정성스럽게 답변하던 베르베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사실을 털어놨다. 6년 전 친구의 권유로 받은 종합검진 결과 신장으로 연결되는 혈관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그는 의사로부터 며칠 밖에 못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검진 결과를 듣고 집에 돌아오는데 내일이라도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신장 수술을 해서 종양을 제거하거나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술하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때 이후 집안에서 TV를 보면서 매일 1시간동안 싸이클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건강이 최상의 상태입니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것 뿐 아니라 평소 안 보던 TV를 보게 되면서 드라마라는 장르의 새로운 매력도 알게 됐다. 제3인류 6권을 모두 다 집필했고 늦둥이도 봤다. 말 그대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그때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 하루도 살게 되서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나쁜 일 생겼을 때 오히려 좋은 결말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시련이나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사계절이 바뀌듯이 그냥 지나가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서울=포커스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오늘날의 예술적 지능'이란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2016.05.16 양지웅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오늘날의 예술적 지능'이란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2016.05.16 양지웅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오늘날의 예술적 지능'이란 주제로 강연 도중 학생들을 촬영하고 있다. 2016.05.16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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