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궁금하軍]군함의 '처녀 출항'…여성 손에 달렸다
대통령‧국방장관‧해군참모총장 부인‧딸 등이 군함 진수<br />
모든 배는 여성이 진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그 기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16 06:00:49
(서울=포커스뉴스) 해군 함정, 군함이 제작사(조선소)에서 건조되면 그 함정을 물에 띄우는 의식행사인 '진수식'을 진행하게 된다.
군함 진수식은 샴페인 병을 진수되는 군함에 부딪쳐 깨뜨린 뒤 진수자 1명이 도끼로 진수줄을 절단하고 볼(Ball·터뜨리면 색종이가 날리는 둥근 공)을 터뜨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 같은 진수식에서 하이라이트는 진수자가 도끼로 진수줄을 절단하는 부분이다. 뉴스 등에 나오는 군함 진수식 행사를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끊는 사람은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군함을 포함한 모든 배의 진수자는 반드시 여성이 맡는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이다.
따라서 군함 진수식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귀빈 가운데 의전순서가 높은 사람의 부인이나 딸 등이 진수자로 참여한다.
진수식에 참석한 대통령 또는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 등의 부인이나 딸 등이 진수줄을 끊는 것이다. 일반 선박의 경우 제작사 또는 주문사 사장 부인이나 딸 등이 진수를 맡는다.
그 동안 진수식에 참석한 역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많았다. 하지만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군을 지휘하는 국방부 장관은 모두 남성이었던 탓에 이들이 직접 진수를 한 적은 없었다.
지난 2007년 진수된 최신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진수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했다.
또 지난 달 진수된 홍범도함은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의 부인인 안미희 여사가 진수줄을 자르는 진수자로 참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직접 진수를 했던 함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8월 1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행된 김좌진함(잠수함) 진수식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진수를 했다.
당시 해군 관계자는 "우리 해군 역사상 군함 진수를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은 김좌진함이 처음 이다"면서 "김좌진함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진수를 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며 고무된 해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아직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가 나오지 않아 군통수권자가 직접 군함 진수를 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왜 군함, 선박 등의 진수는 여성이 담당할까? 이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여성 진수자의 기원이 된 던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2100년 쯤 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진수식은 원래 성직자가 관장하는 일종의 종교의식 행사로 군함‧선박 탄생 및 안전 등을 기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거행됐다.
그러다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군함 진수식을 직접 한 이후 성직자 대신 여성이 진수식을 주관하는 게 전통이 됐고, 여기에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에 비유되는 의미가 더해져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해군 관계자는 "진수 여성을 '대모'(代母)라고 부르는데, 대모가 진수줄을 절단하는 것은 갖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과 같은 의미다"면서 "건조를 마치고 탄생한 군함‧선박의 진수줄이 아기의 탯줄로 비유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군함이 진수식을 마쳤다고 해서 바로 실전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진수가 끝난 군함은 시험 운용 등의 테스트를 거치고 이를 통과하면 해군은 조선소로부터 군함을 정식 인수받아 취역식을 갖게 된다.
현재 해군은 차기잠수함인 3000톤급 장보고-Ⅲ와 2500톤급인 인천함급 차기호위함 배치-2(Batch-II)의 건조를 주문한 상태다. 이 함정들은 2020년 내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보고-Ⅲ, 차기호위함 배치-2(Batch-II) 등 역시 건조 되면 진수식을 갖게 되고, 여성이 진수자로 참여하게 된다.
해군 관계자는 "여성 진수자 전통에 따라 앞으로 건조되는 모든 함정들도 여성이 진수를 맡게 된다"면서 "진수식에 참석하는 귀빈 가운데 그 부인이나 딸 등이 진수를 맡을 것이다"고 전했다.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의 부인인 안미희 여사(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지난 달 진행된 홍범도함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절단하고 있다. 2013년 8월 진행된 김좌진함 진수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수줄을 절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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