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난 속 '무법천지' 돼 가는 베네수엘라
생필품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폭도들이 밀가루, 닭고기 등 훔쳐<br />
마두로 대통령, “정적들이 내게 브라질처럼 쿠데타 꾀하고 있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15 11:29:08
(서울=포커스뉴스) 식품 등 기초 생필품 부족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에서 약탈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폭도들이 밀가루, 닭고기, 그리고 심지어 속옷까지 훔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이제 한밤중에 일어나 슈퍼마켓 앞에서 몇 시간씩 길게 줄을 선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결국 빈손으로 돌아서고 암시장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세계에서 가장 폭력이 만연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인 베네수엘라에서 약탈이 증가하고 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인권단체 ‘베네수엘라 사회적 충돌 관측소’는 지난 1분기에 107건의 약탈 또는 약탈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가게에 침입하거나 제품을 실은 트럭을 덮치는 군중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 종종 등장한다.
현지 관리와 증인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타치라 주(州)에서 부엌용 두루마리 휴지, 소금, 샴푸를 실은 트럭이 충돌해 화물 일부가 쏟아져 나오자 군중 수백 명이 그 트럭을 약탈했다.
현지 시민보호 담당 관리 루이스 카스트리온은 이 과정에서 군중을 제지하려던 보안 관리 6명을 포함해 15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목격자 마누엘 카르데나스는 “큰 소동이 있었다. 공포탄이 발사됐고 최루탄도 쏘았다”고 말했다.
역시 12일 두건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한 무리가 안데스 산맥의 메리다 주(州) 근처의 창고로 운송 중이던 밀가루 650 포대를 훔치려 시도했다.
보안요원들이 그 절도를 겨우 막았지만 국가경비대원 2명과 경찰관 4명이 난투 과정에서 다쳤다고 현지 보안 관리는 말했다.
11일 메리다의 약탈자들이 닭고기가 보관돼 있다고 들은 한 국영 슈퍼마켓에 난입해 식품, 선반, 심지어 문짝까지 훔쳤다. 하루 전 같은 주의 속옷 가게도 털렸다.
사회당 관리들은 약탈자들을 가리켜 물건을 되팔아 돈을 벌려는 범죄자이자 밀수꾼이라고 비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폭력 엄단을 다짐했으며 그의 적들이 디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비슷한 “쿠데타”를 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판자들은 굶주림과 절박함이 사람들을 도둑질로 내몰고 있다고 반박하며 수입과 생산을 방해한 엄격한 화폐·물가 통제의 완화와 같은 긴급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상황은 악화되기만 할 뿐이라고 경고한다.
남미의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유가폭락때문에 정치격변을 경험했다. 고(故)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생전에 이 나라의 풍부한 석유수입을 이용해 빈곤층에 후한 복지를 제공하고 우방국인 쿠바·니카라과·볼리비아에 후원금까지 주면서 인기를 누렸다. 2013년 그가 죽은 뒤 선출된 니콜라스 마두로도 차베스처럼 대중영합적인 정치를 펼치려 했지만 이번에는 저유가에 발목을 잡혔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대중의 불만에 편승한 중도우파 정당이 의회 내 다수를 차지했다.
의회를 장악한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한 뒤 마두로 대통령을 올해 상반기 내에 축출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있는 상태다. 현재 베네수엘라 의회에서 야당은 전체 의석 164석 중 109석을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2015년 인플레율은 180.9%였다. 이 나라 경제는 최소 5.7% 뒷걸음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인플레가 2016년 725%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제가 붕괴된 데다 경화(硬貨)가 없어 베네수엘라에서 식품·의약품 같은 필수품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슈퍼마켓 입구에서 사람들이 식료품을 사려고 여러 시간째 길게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 쇼핑객이 밀가루와 달걀을 넣은 봉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Photo by John Moore/Getty Images)2016.05.15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한 반정부 시위자가 2014년 3월 6일 카라카스 시내에서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Photo by John Moore/Getty Images)2016.05.15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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