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 기부로 '시간' 나누는 대학생 봉사단체 '십시일밥'

한양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시작…이후 서울대 등 18개 대학교 참여<br />
현재 1만7000여장의 식권을 취약계층에게 전달<br />
이호영 십시일밥 대표 "십시일밥이 가진 가치관, 사회 전체로 퍼졌으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14 06:00:47

(서울=포커스뉴스) "나의 공강 한 시간이 너의 밥 한끼가 될 수 있다면."

십시일'밥'의 해석은 이랬다. 여럿이 공강 한 시간씩 모아 나와 같은 내 주변의 친구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부터 시작됐다.

친구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그들의 봉사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이들은 집안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십시일밥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주 강의가 없는 한 시간을 활용해 학교 안에 있는 학생 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임금을 얻는다. 받은 돈은 다시 '식권'이 돼 저소득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이같은 봉사활동은 친구들에게 식권을 기부함으로써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십시일밥은 집안사정이 어려운 자신의 친구들이 식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시간을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도 가지고 있다.

한양대에서 처음 시작된 십시일밥은 현재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전국 18개 대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총 1200여명의 학생들이 십시일밥과 인연을 맺었다.


◆한양대서 만난 십시일밥…"봉사하며 책임감 느낀다"

10일 낮 12시 서울 한양대 학생회관 2층 사랑방 학생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을 이용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식당 안팎으로 긴 줄을 만들었다.

학생식당을 이용하려는 학생들 틈에서 십시일밥 대학생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은 한양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십시일밥 봉사자를 만났다.

최준영(한양대 경영학·11학번)씨는 한양대에서 십시일밥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최씨는 "식당과의 계약이기 때문에 늦으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십시일밥 마크가 새겨진 앞치마를 두르고 상·하의를 서둘러 갈아입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날 최씨는 배식을 맡았다. 그릇에 보기 좋게 반찬을 담고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최씨의 표정은 봉사 내내 밝았다. 그는 "봉사를 하고 나서 같이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웃어주실 때 뿌듯하다"며 "봉사를 하며 책임감도 느껴지고, 봉사가 친구들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탁창홍(한양대 정책학과·14학번)씨도 십시일밥 봉사자로서 이날 퇴식구 식기정리 하는 일을 담당했다. 탁씨는 "봉사활동을 좋아해서 교내에서 할 수 있는 봉사로 십시일밥을 하게됐다"며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보람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식권과 시간을 기부…"대학생의 시간격차 해소하고 싶다"

창립 초반 10명 정도로 시작됐던 십시일밥은 지금은 전국 5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학생 봉사단체가 됐다.

십시일밥은 저소득계층의 대학생들이 식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되찾아주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십시일밥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이호영(한양대 경영학·10학번)씨는 "십시일밥 활동을 통해 친구들에게 식권을 기부하고 있지만, 금전적인 도움이 아닌 시간을 나누겠다는 것이다"며 "대학생으로서 갖는 시간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10명의 친구들이 1시간씩 벌어 시간을 기부하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봉사활동이긴 하지만 수익을 내는 식당에 고용돼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식당과 계약을 맺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십시일밥 사무국 일원인 정다혜(한양대 경영학·12학번·여)씨는 "식당 입장에서 본다면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일"이라며 "학생식당 위탁 업체들도 식당 아주머니들을 자르지 않고도 좋은 취지로 봉사하는 친구들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식당으로부터 받은 임금을 다시 식권으로 바꾸기 때문에 식당에 다시 이익이 된다는 것도 일석이조의 효과다"고 덧붙였다.

현재 십시일밥은 급식위탁업체 아워홈·신세계푸드·풀무원이엠씨디·한화푸디스트 등과 계약을 맺었다.


◆원대한 포부 전해…"십시일밥 가치관, 사회로 퍼져나갔으면…"

십시일밥은 올해 상반기까지 1만7000장의 식권을 취약계층의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십시일밥은 기부되는 식권이 필요한 학생들보다 적을 경우에는 후원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옷을 저렴하게 대여해주는 업체인 '열린옷장'이 십시일밥을 후원하고 있다. 또 사단법인 '푸른나눔'과 반찬봉사 활동인 '십시일찬'을 진행하며 받는 임금을 보조금식으로 십시일밥 식권구매에 사용하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개인이 내는 기부금도 있다.

식권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을 증명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사연을 전달하면 학교가 해당 학생들에게 매달 20장씩의 식권을 보낸다.

식권은 개별적으로 신청한 학생들에게 등기로 부쳐진다. 식권을 신청자에게 보내는 과정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김재학(한양대 경영학·11학번)씨는 "사연을 통해 식권을 제공하는 이유는 기초수급 가구는 아닌데 일시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거나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며 "사연을 적어 보내주는 학생들에게 식권이 도움이 된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고 자르지 않고 식권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연을 보내시는 분들은 10%가 채 안 된다"며 "90% 정도가 기초생활수급자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십시일밥의 꿈은 아직 크다. 이들은 중앙대·영남대 등 전국 7개의 학교를 목표로 봉사의 뜻을 같이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

이호영씨는 "십시일밥이 기초하고 있는 가치관이 캠퍼스에서 우리 사회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십시일밥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식권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식권이 전달된다. 반찬나눔 봉사활동 십시일찬을 진행한 후 봉사자들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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