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에 '임을 위한 행진곡' 울려 퍼질까?
지난 2009년 제29주년 기념식부터 제창 아닌 합창으로<br />
시민단체·정치권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가 지정하고 제창 허용해야"<br />
5월 단체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일종의 문화 의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12 22:35:30
△ 국립 5·18 민주묘역 찾은 더불어민주당
(서울=포커스뉴스) 5·18 민주화운동 36주기를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또다시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이 반주에 맞춰 모두 함께 부르는 '제창'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합창단이 기념공연으로 노래를 부르면, 원하는 사람만 알아서 따라 부르느냐다.
지난 2009년 5·18 민주화 운동 공식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의 형식이 아니라 공연단만 합창하는 형식으로 불린 이후 매년 5월만 되면 불거지는 논란이 올해는 그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에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역사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민중가요로 꼽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이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공식 기념식에서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의 형식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부터 제창이 아닌 합창단의 합창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13일 행사를 주관하는 국가보훈처가 공식 식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외 시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로 5월 단체와 시민사회, 야당 정치인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고 합창이 아닌 제창으로 부를 것을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 3년 전부터 5·18 민주화 운동 공식 기념식은 파행 운영을 거듭했다.
급기야 지난 2013년 33주년 기념식에는5월 단체, 광주 시의회 의원, 야당 의원 대다수가 불참을 선언하고 망월동 옛 묘역에서 별도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2014년 34주년 기념식에는 5월 단체 및 5·18 유족, 야당 의원 등이 대거 불참했다.
지난해 35주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 무산 및 제창 불가에 반발한 기념행사위원회가 예산을 국가보훈처에 전액 반납해 전야제 행사가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기념식 당일에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공식 행사와 행사위가 5·18민주광장 등에서 주관한 행사로 양분돼 '반쪽 행사'라는 평을 들어야 했다.
거듭되는 논란에도 국가보훈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14일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등 국민 통합을 저해할 소지가 있어 기념식에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혀 비판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0일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여부를 오는 16일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 5월 단체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일종의 문화 체험"
정경자 5.18 서울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은 단순히 노래만 함께 부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정신·문화·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의식"이라며 "이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마치 대중가요를 금지곡으로 지정했던 유신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이후 30여년이 흐르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권력의 힘으로 저지하려는 것은 야만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광주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정 '제3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역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집행위원장은 "합창단이 노래하는 것은 '공연'이다. 제창은 이를 넘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의식'의 의미가 있다. 제창 여부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며 "국가보훈처 관계자와 계속 대화하고 있지만 아직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으로부터 이 문제는 내 권한 밖이라는 말까지 들었다"라며 "현재로써는 올해도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광주시장, 시의회 의장, 교육감, 자치구 기관장, 지역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광주공동체 메세지'와 함께 정부를 향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가로 지정하고 제창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정치권 힘 합쳐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이끌까
올해는 20대 총선 이후 재편된 정치지형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행사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제창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 참석에 앞서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윤상원 열사의 묘역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단체로 제창했다.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비록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안 하고 있지만 마음을 담아 부르겠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정중하게 건의 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국가보훈처는 여전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입장인가'라는 논평을 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정부의 국민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국가보훈처의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해"임을 위한 행진곡의 역사를 쭉 살펴보면 노래 제목의 '임'이 김일성이 아니냐는 항간의 소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며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이런 인식에 대한 여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13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을 관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5월 단체 등 시민사회가 뜻을 함께할 것을 천명하고 나서 지난 3년간 파행으로 치러진 기념식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일 '제36주년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회원들은 광주 서구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고 이외에도 여러 시민단체가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릴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향한 행진곡'이 제창될 수 있을지 여부는 16일 결정된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20대 총선 당선인들이 12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찾아 윤상원 열사의 묘역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2016.05.12. 박기호 기자 mihokiho@focus.co.kr(서울=포커스뉴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2015.08.14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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