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사업부문 매각 완료…'유동성 위기론' 해소 수순
사업부문·자산매각 완료단계에 접어들어…밥캣상장 남아<br />박정원 회장, 신사업 위한 유동성 확보…“성과 이미 나타나”
이채봉 기자
ldongwon13@hanmail.net | 2016-05-11 10:21:32
[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두산건설이 지난 10일 GE파워에 HRSG 사업을 3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는 화력발전의 가스터빈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스팀터빈을 가동하는 발전시스템으로 오는 7월 매각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재계는 박정원 회장 취임 후 속도를 내던 사업부문·자산 매각이 끝나면 두산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11조원인 두산그룹의 총 차입금이 향후 2조~3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며 "유동성 위기는 상당부분 해소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박정원의 색깔’도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는 취임 직후 그룹의 전통적 사업부문인 중공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대신, 연료전지·면세점 등의 신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경영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전임 박용만 회장에서 박정원 회장까지 긴 시간 이어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4년 연속 햐향 곡선을 그리던 실적이 지난해에 이르러 1조7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크게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건설기계 등 중공업부문의 업황침체가 치명적이었다.
두산그룹은 곧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먼저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지난해 6월 건설·광산 장비를 생산하는 프랑스 자회사 몽타베르(Montabert)를 매각해135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8월에는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의 사전 기업공개(Pre-IPO)로 67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며 신입사원에 대한 희망퇴직까지 진행했다.
동시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알짜부문으로 평가받았던 공작기계사업부 매각도 추진했다. SC PE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무산되는 등의 우여곡절 속, 예상 매각가보다 낮은 1조1300억원에 MBK파트너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공작기계·엔진의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공작기계 사업은 최근 3~4년간 영업이익률 10%대를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DIP홀딩스가 보유중이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4.99%를 약 3046억원에 매각했고, 두산DST 지분 51%(6950억원)도 한화그룹에 팔았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올해에만 총 1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4년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사업부 매각, 자산 매각 등으로 두산그룹이 조달한 자금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마지막 남은 유동성 확보 전략은 두산밥캣의 연내 상장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올 하반기 내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예정이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업체로 두산인프라코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밥캣 상장이 마무리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구조조정은 일단락되고 부채비율도 200%대 밑으로 내려와 정상화 된다.
이로써 두산그룹의 유동성 문제는 당분간은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전 상장 계열사도 지난 1분기 실적에서 나란히 흑자로 반등하며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늘어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구조조정의 성과가 이미 나타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지난 4분기 일회성 비용의 선제적 반영과 인력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금 효과에 기인해 1분기 그룹 연결실적 개선을 달성했다"며 "4분기 이후에도 업황 호전 및 비용구조 개선을 통한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두산그룹은 올해 1조466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다는 자신감 넘치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료전지부문의 호조와 면세점 개장 등을 앞두고 있어 박정원 회장의 발걸음은 가벼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건설기계 부문의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신사업과 중공업 부문을 조화롭게 재편하는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더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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