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수리의 고향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 몽골 수도 울란바트로에서 서남쪽으로 자동차로 7-8시간 달리면돈도고비 사막의 초입인 바가 가즈링 촐로 (Baga Gazryn Chuluu) 에 도착한다. 거리상으로는 불과 300 여 km 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거의 온종일 걸린다.
바가 가즈링 촐로는 몽골말로 ‘돌이 많은 작은 산’이란 뜻으로 전체가 화강암지대다.바가 가즈링 산은 해발1768m 정도로 해발고도만 높을 뿐 , 사륜구동 차량에서 내리면 조그만 언덕 같다.
우뚝 솟은 화강암들 사이엔 너른 평지가 있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이곳엔 여름철에만 유목인 몇 가구가 거주한다. 유목인들은 양과 ,염소를 기르며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에서 생활한다.
이런 오지를 찾은 이유는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들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들의 번식생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몸길이가 100-112cm, 날개를 펼친 길이가 250-295cm정도로 대형 조류인 독수리는 흔히들 ‘하늘의 왕자’로 불린다. 그러나 독수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속설과는 달리 사냥도 못하고 소리도 가냘픈 자연의 청소부다.스스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동물의 사체를 분해해주는 역할을 한다.
몽골 초원에는 사슴, 토끼 등 일반 초식동물도 있지만, 유목인들이 기르는 양, 염소 말들이 산재해 있다. 이들이 자연사한 사체가 독수리의 먹이가 된다.
독수리들은 바가 가즈링 촐로의 화강암 암벽지대의 전망 좋은 곳에 5m 가 넘는 나무로 만든 탑을 쌓고 그곳에 단 1개의 알을 낳는다.먹이 조건이 좋지 않으면 번식을 포기하고 건너뛰기도 한다.몽골에 큰 산불이 나면, 죽은 동물의 사체가 많아 번식하는 개체수가 많아지기도 한다. 그래도 전 세계에 존재하는 독수리는 5000-6000 여 마리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중 1/2 이상이 2000Km가 넘는 먼 거리를 이동해 한반도에서 겨울을 난다. 주로 철원, 파주에서 월동하지만, 최근엔 이곳에 먹이가 부족해, 경남 우포, 제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독수리둥지는 멀리서 보면 사람이 쉽게 접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근처에 접근하려고 하니 모두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미리 준비한 자일을 타고 관찰이 용이한 인접거리 까지 접근하니, 빈집 같았던 둥지에 병아리만큼 작은 회색빛의 아기새가 먹이를 찾으러간 부모새를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팀은 위장텐트를 치고 어미가 돌아오기를 한없이 기다렸다. 5월의 몽골은 한국의 4월 같다. 햇볕은 따가 왔지만, 바람은 거세고 피부에 닿으면 시렸다. 빠르게 흘러가는 뭉게구름이 유일한 친구가 된다.
이윽고 거대한 그림자가 주변을 움직이더니, 선회하던 독수리가 둥지에 안착했다. 몇 시간 동안 어미를 기다리던 아가새는 축 쳐졌던 목을 일으켜 어미 부리 속에서 어미가 토해낸 먹이를 연신 받아먹었다.
몸집이 거대한 독수리는 성장 기간도 길다. 우리가 흔히 보는 작은새들은 불과 2 주일 만에 둥지를 이소하기도 하지만, 독수리들은 약 90일 동안 둥지에 머무른다. 그사이 병아리 같이 작았던 어린새는 어미크기와 똑 같은 크기로 자라난다.바람을 타고, 비행술을 배우고, 스스로 먹이를 찾는 학습이 끝나면 어미새를 따라 긴 겨울을 피해 한반도로 이동한다.
바가 가즈링 촐로 주변엔 독수리 이외에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검독수리, 흰죽지수리, 초원수리, 수염수리 등 대형 맹금류와 말똥가리, 솔개 등이 푸른 하늘을 선회하며 낯선 이방인들을 위로한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에 방해가 될 것 같고, 또 다른 여정 때문에 독수리의 고향은 단 하루로 마감했다.(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겨울철 한국을 찾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가 몽골 바가 가즈링 촐로 암벽지대에서 갓 부화한 어린새를 기르고 있다. 독수리는 한배에 1개의 알을 부화해 번식률이 낮고, 월동지의 서식환경의 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 먼동이 트고 상승기류가 불자 독수리가 둥지에서 먹이를 찾아 평원으로 날아가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염소와 양떼들이 물을 찾아 습지로 내려오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각진 돌을 쌓아 올린 듯한 바가 가즈링 촐로 의 고지대에 둥지를 튼 독수리들이 먹이를 찾으러 들녘으로 날아가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한반도에서 월동하는 독수리의 고향인이곳은높은 봉우리의 암벽마다 독수리가 둥지를 트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 몽골 울란바트로 서남쪽 으로 약 300Km에 위치한 바가 가즈링 촐로의 화강암 산위로 구름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겨울철 한국을 찾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가 몽골 바가 가즈링촐로 암벽지대 둥지에서 먹이를 찾아 나서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바가 가즈링 촐로 상공에 수염수리가 반달을 배경으로 날고 있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바가 가즈링 촐로/몽골=포커스뉴스)검독수리(왼쪽)와 솔개가바가 가즈링 촐로 상공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지구상에 존재하는 새중 가장 용맹한 검독수리가 주로 사냥하고 검독수리가 먹다 남은 찌꺼기는 솔개가 차지한다. 2016.05.11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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