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지키지 못해"…스스로 목숨 끊은 교사 '공무상 재해'
학폭위 담당하다 자괴감‧스트레스에 극단적 선택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08 15:36:18
△ [그래픽] 의사봉, 법봉, 법정, 판결, 좌절, 재판
(서울=포커스뉴스)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다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교사가 파기환송심 끝에 공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중학교 교사 A씨(사망당시 47세)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처분취소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학부모들로부터 원망과 질책을 받아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고 스승으로서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면서 "목숨을 끊기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이 우울증세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991년 중학교 교사로 임용된 A씨는 2012년 3월 경기 오산의 한 중학교에서 처음 학생생활인권부장을 맡게 됐다.
평소 성격이 활달하고 교원관계도 원만했던 A씨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와 학생선도위원회 운영, 학생생활지도 등 업무를 총괄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A씨는 몇 차례 학폭위를 통해 학생들에게 출석정지, 전학처분, 선도처분 등의 조치를 내렸는데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A씨는 같은 해 7월 교장에게 보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달은 같은 해 9월 벌어졌다.
중학교 2학년 학생 12명이 1학년 13명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금품을 뜯은 사건에서 가해자 남학생 6명에게 모두 전학조치가 내려졌다.
A교사는 '가해 수준에 따라 조치를 달리해야하고 모두 전학조치는 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동료교사와 아내에게 "너무 힘들다.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강제전학으로 분위기가 흘러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가해학생들이 소속된 축구부에 대한 해체결정이 내려지고 학폭위 일부 위원들의 참가자격 분쟁까지 발생하자 A씨는 압박감에 목을 맸다.
A씨가 공무상재해를 인정받는 과정은 험난했다.
'공무상 질병' 또는 자살까지 이르게 된 과로와 스트레스를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1·2심은 "사회 평균인으로서 도저히 감수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기인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학폭위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누적된 점, 평소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우울증세 등을 앓은 전력이 없는 점,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세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망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동기나 다른 사유가 없는 사정 등을 근거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2016.02.26 이인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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