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탐정홍길동·이제훈·캐러멜…조성희 월드를 말하다

조성희 감독, '늑대소년'이후 4년 만에 '탐정홍길동: 사라진 마을'로 복귀<br />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재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08 09:00:12

△ [K-포토] 영화감독 조성희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조성희 감독이 수줍게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생각과는 다르다는 말에 조성희 감독은 답했다. "3분 정도 있으면 달라질 겁니다."

조 감독은 칭찬에 익숙한 사람일 것 같았다. '남매의 집'으로 2009년 미장센 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짐승의 끝'으로 국내 및 해외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 역시 700만이 넘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으니, 그 생각이 막연한 생각만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조 감독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까 궁금하고, 초조하기도 하고요"라며 자신의 양손을 만지작거린다. 새로운 시도기에 궁금함은 더 크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고전 소설 홍길동을 모티브로 거대조직에 맞선 한국형 히어로 홍길동(이제훈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가 사진보다는 그림에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명료하고 현실적인 것보다는, 그림같이 표현의 여지가 열려있는 것이 더 흥미로운 거죠.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준비할 때도, 재미있게 표현할 구석이 많겠다 싶어서 좋았어요. 저도 그랬지만, 미술, 조명, 촬영 감독 등 스태프들이 오히려 더 재미 있어했어요. 굉장히 즐기면서 한 작품이죠."


그래서인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보고 있으면 놀이동산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판타지에 가까운 배경과 카메라의 움직임 또한 자이로드롭을 타듯 훅 하고 올라갔다 뚝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조 감독은 'E.T'같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들, '백 투 더 퓨처'같은 80년대 영화들을 콘티작업 때부터 참고했다.

조 감독은 계속해서 영화를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연출에 뜻을 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인지도 모른다.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바로 다음에 컨셉아트 작업을 진행했어요. 전종욱 작가와 이야기를 하며 완성해갔죠. 영화가 완성됐을 때 청사진이 필요했어요. 제가 상상한 것과 스태프들이 상상한 것을 맞춰야 하니까요. 그리고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이 시작됐죠."

새로운 도전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인물 홍길동이다. 조 감독은 "캐릭터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포부에서 출발했지만, 만들고 다듬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이었어요"라고 말한다. 홍길동이 가진 잔인성, 비겁함, 교활함, 그리고 찌질함까지 효과적으로 가져가면서도 관객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가는 법, 그것이 마지막까지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을 덜어준 것은 이제훈이었다.

"이제훈 씨가 오히려 저를 더 긴장하게 했어요. '배우가 이렇게 몰두하는데, 나도 좀 더 많이 준비해야겠다'는 느낌이었죠. 홍길동이 쉬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자칫하면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다행인 건 이제훈이 캐릭터의 독특한 점을 매력으로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그치는 것도 과감하게 밀어붙였죠. 관객의 호감을 얻기 위해 홍길동의 어떤 점도 포기하지 않고 보여준 것 같아요."



홍길동뿐만 아니다. 동이(노정의 분)와 말순(김하나 분)자매, 여관주인(정성화 분), 정비소 아저씨(유승목 분) 등 마을 사람들 역시 자신만의 캐릭터로 영화의 밀도를 높인다.

"동이와 말순이는 홍길동이 가진 성격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해줘야 했어요. 아역배우와의 작업이 힘들다고 하는데, 아이가 가진 매력이 정말 강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표정이든 말이든 너무 매력적이라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죠."

"여관주인은 과거 조폭이었지만 이제는 마음을 다잡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우직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개인적으로 여관주인 캐릭터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정비소 아저씨는 좀 투덜대지만 도와줄 건 다 도와주는 일명 츤데레 캐릭터예요. 이 역을 맡은 유승목 선배와 세 번째 함께 작업이에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선배님이라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해서 나온 캐릭터일지도 모르겠어요."

전작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캐러멜이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는 점. 이에 조 감독은 "공교롭게도 두 작품에서 모두 캐러멜은 캐릭터 장식으로 쓰인 소품이에요. 홍길동이 성숙하고 완성된 인간이 아니거든요. 자기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고, 유치한 면도 있고, 철도 덜 들었고. 성인이라는 느낌보다 소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면을 부각하는데 캐러멜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 감독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재미를 꼽는다.

"뻔한 얘기가 될 수 있지만, 작품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인 것 같아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인지, 스태프, 배우들이 모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인지'라는 생각이 시작인 것 같아요. 다만, 재미라는 단어가 가진 폭이 넓죠. 유머도, 슬픔도, 감동도 될 수 있죠.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의 조성희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29 김유근 기자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촬영 현장에서 홍길동 역의 이제훈(좌)과 대화 중인 조성희 감독의 모습. (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의 조성희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29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의 조성희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29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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