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안' 블랙홀, 호킹에게 노벨상 영예 가져다줄까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 '호킹 복사'…모형 블랙홀서 관측해 <br />
"블랙홀은 서서히 증발한다" 호킹 박사 이론 입증될까 주목<br />
"과거 인류의 역사와 기억 모두 환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25 15:25:13
△ 스티븐 호킹
(서울=포커스뉴스) "블랙홀은 결국 소멸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주장해온 이른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실험실 크기의 모형 블랙홀을 통해 실제 확인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문적으로 노벨상만 빼놓고 온갖 영예를 누려온 호킹 박사가 드디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킹 복사'의 존재가 확인되면 블랙홀이 소멸해간다는 가정 아래 그동안 인류 역사와 기억 전체가 환각일지 모른다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열릴 수도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74년 호킹 박사는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며 질량과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결국 증발해 없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호킹 복사' 이론이다.
이는 이전까지 변화 없는 검은 구멍으로만 알려진 블랙홀이 사실 역동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이 호킹 복사가 매우 미약해서 실제 우주에서는 관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테크니온 대학의 제프 슈타인하우어 물리학 교수가 출판 전 과학 논문을 수집하는 웹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실험실 크기의 모형 블랙홀을 통해 호킹 복사의 존재를 관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는 헬륨 원자를 절대영도(열역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저 온도·–273.16°C)에 두고, 빠르게 휘저어 음파가 가로지를 수 없도록 하는 장벽을 만들었다. 이는 실제 블랙홀 내 중력장이 너무나 커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역할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슈타인하우어 교수는 이 모형 블랙홀 가장자리에서 음파를 생성하는 음향양자(phonon·양자화한 진동)의 신호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호킹 박사가 주장하는 '호킹 복사'와 같은 형태라고 밝혔다.
현재 슈타인하우어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음향양자가 실험실 내 결함으로 인한 진동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아직 최종적 결론이 난 것이 아니지만, 충분히 논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만약 호킹의 이론이 맞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는 '철학적 대소동'(philosophical bedlam)을 일으킬 수 있다.
블랙홀이 파괴하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빛의 파동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과거와 미래 사이 물리적 연결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호킹 박사는 지난 1월 영국 BBC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리스 강의'(Reith lectures)에서 "'호킹 복사' 이론이 입증되면, 기존 과학계의 통설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면서 "블랙홀이 사라지는 동안 블랙홀은 어떤 입자의 집합이라도 지울 수 있으므로 인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정론(정상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것에는 조건이 있다는 논제)에 따라 블랙홀과 함께 부서진 우주는 다른 것도 부서뜨릴 수 있다"면서 "심지어 과거 인류의 역사와 기억은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호킹 박사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LHC)같은 입자가속기가 블랙홀 모형을 만들어낸다면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강입자충돌기는 우주 탄생 직후 상황인 빅뱅(big bang)을 재현시켜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장치로, 태초에 에너지와 물질이 분리되지 않았던 고에너지 상태 재현을 위해 빛의 속도에 가깝게 양성자를 가속해 충돌시키는 장치다.스티븐 호킹 박사가 지난 12일 미국 뉴욕 원월드전망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우주탐사 프로젝트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by Jemal Countess/Getty Images) 2016.04.25 ⓒ게티이미지/이매진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